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두달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아침 보수신문에선 보수야권을 비판하는 칼럼이 두 개나 등장했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실책으로 시행하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한 국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고 시민들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해서다. 현재 나오는 정략적인 단일화 논의, 현 정부 비판 등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경찰이 덮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분위기에서 제동을 거는 사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조간에선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법적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가족이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을 인정했지만 비혼 동거인이나 친구, 노인커플, 셰어하우스 등 가족처럼 사는 이들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각종 제도상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와 싸운지 1년이 흘렀다. 노동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돌봄노동, 재택근무의 증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동시에 일자리 양극화도 코로나로 심화했다.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현장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조선 “10년간 제자리” 중앙 “고장난 보수”

4월 재보궐선거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모으는 건 서울시장 선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 3명이 여권 후보보다 주목을 받지만 25일 조간에선 야권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새 인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서 지난 10년간 한국 정치가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오세훈, 나경원, 안철수, 박영선은 모두 10년 전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바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그 사이 강산은 바뀌었지만 인물은 의구하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아무리 높아도 야당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에서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을 거론한 뒤 “정권교체를 갈구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오죽하면 당밖에서 인물을 찾을까. 지난 10년간 국민의힘은 사람을 키워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눈앞의 선거만 바라보고 그때그때 내부적으로 공천을 ‘나눠 먹거나’ 일시적인 방편으로 외부 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선거가 계속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경선방식으로 100% 여론조사를 채택했다. 강 교수는 “그동안 익히 보아온 대로, 여론조사는 지명도나 유명세에 크게 영향받는다. 새 얼굴보다는 이미 알려져있는 인물에게 훨씬 유리한 방식”이라며 “최종 선정 과정까지 어떤 절차를 밟든지 이 방식하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자신의 역량과 비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2000년 총선과 ‘젊은 피 수혈’을 외친 김대중 전 대통령, 2004년 열린우리당 돌풍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끝으로 “오늘에 매몰돼 미래를 향한 정치적 상상력이 사라진 국민의힘이 한심하다”고 썼다. 

실제 안철수·오세훈·나경원 세 후보의 경쟁에 대해 ‘메시지가 없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민 삶을 개선할 대안없이 정치공학적인 선거구도, 특히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간 단일화 이야기로 연일 지면이 도배되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야권이 후보 단일화 싸움을 하며 유권자들의 피로도만 쌓여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등 당내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25일에도 야권의 단일화 관련 기사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정치면 톱기사 “서울시장 야권 후보 ‘안·오·나’의 단일화는 오나, 안 오나”에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를 경우 단일화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며 “지루한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도를 높여 야권 전체의 표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언론이 후보단일화 이슈보다는 세 후보의 실질적인 메시지를 끌어낼 의무도 있지만 당초 후보들이 이번 서울시장을 대선의 전 단계 정도의 정치적 의미만 두고 있으니 언론에서도 조명할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 25일 중앙일보 '장세정의 시선' 칼럼
▲ 25일 중앙일보 '장세정의 시선' 칼럼

 

중앙일보에는 장세정 논설위원이 “서울시장 자리 되찾는다고 보수가 살아날까”란 칼럼에서 “보수도 민생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장 논설위원은 “권력을 쥔 진보는 장기집권을 외치며 내부의 갑론을박에다 외부의 비판 덕분에 자기 점검을 수시로 하겠지만 보수는 대안 제시는 고사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계속 헤매고 있다”고 평가한 뒤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자리를 탈환하면 보수가 살아나고 대한민국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보수가 자신을 근본부터 혁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어림없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고장난 보수’, ‘길 잃은 보수’ 등의 표현을 쓰며 ‘중도개혁’ ‘공동체 자유주의’ 등을 주장했다. 

▲ 25일 경향신문 만평
▲ 25일 경향신문 만평

 

이용구 차관 감싸기, 경찰 불신 비판

이용구 차관이 지난해 11월6일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이틀 뒤 택시기사를 찾아가 합의금을 주고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24일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지만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은 채 내사종결 처리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장은 지난 20일 서울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 관련 의문 3가지를 제기했다. 첫째, 서초서에서 해당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두 차례 택시기사를 조사하고 이 사건을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고 내사종결 처리했는데 이는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다. 

둘째는 이 사실을 경찰 수뇌부가 알았는지 여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차관은 112신고를 받은 경찰관에게 자신의 변호사(당시 변호사) 명함을 줬다고 했는데 이 차관은 2017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역할을 했던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일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윗선까지 보고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셋째, 경찰이 이 차관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담당 수사관은 택시기사의 처벌불원서를 대신 써줬다. 또 서초서가 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하면서 이 차관에게 이 결과를 통보했는데 경찰 내사처리 규칙을 보면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며 폭행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25일 한겨레 만평
▲ 25일 한겨레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 “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덮은 경찰, 이래서 시민 신뢰 얻겠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 1월1일부터 경찰의 수사권한이 커졌다. 이 차관 사건과 같은 경우 앞으로 경찰이 1차적으로 수사 종결권을 갖는데 이런 방식으로 사건을 덮는다면 사후 검증이 쉽지 않고 결국 시민의 일상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도 함께 지적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블랙박스 영상을 진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에는 이 차관이 택시운전기사 목덜미를 잡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신문은 최근 논란이 된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 울산 남구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등을 지적하며 “이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진상조사가 검찰 수사보다 못하면 경찰의 도덕성과 사건 처리에 대한 능력은 결정적으로 의심받는다”고 했다.  
 
여가부, 다양한 형태 ‘법적가족’으로 확대 

조선일보는 사회면 “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 추진”이란 기사에서 여가부가 추진하는 법적 ‘가족’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전했다. 이를 위해선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등 상위법 개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행 민법 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 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다. 여가부는 이 조항을 삭제해 법적 가족 개념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여가부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7%가 “혼인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 25일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 25일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현재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모가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싶은 등의 이유로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들이 있다. 이에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에 바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한 현재 수술동의서는 민법상 부양의무가 있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만 서명이 가능한데 이 역시 사실혼 관계나 동거인도 가능하도록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해외 사례도 인용했다. 프랑스는 서류 몇가지만 내면 ‘팍스(시민연대협약)’라는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 혼인신고 없이도 동거인 간 상속이 가능하다. 

코로나로 바뀐 노동현장, 주4일제 도입 필요

한겨레는 ‘코로나19와 싸운 1년’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노동환경 변화 모습을 전했다. 일단,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업무와 조직의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진 이들이 많았다. 재택근무가 많아진 것도 큰 변화다. 세계경제포럼은 “노동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며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함께 일상생활까지 큰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간의 변화가 코로나 이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아예 덜 일하고 덜 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영국 런던메크로폴리탄대 명예교수 케이트 소퍼는 “과도한 노동은 그에 따른 보상과 함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망치는 대가도 부른다”며 “노동을 줄이는 데 익숙해져야 하며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각국에서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쓰지만 성장 기반의 경제관으로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또한 한겨레는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주4일 노동제의 적극 도입, 비정규직과 실업자에 대한 보호 강화, 노동 관행 개선을 위한 노사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전했다. 

마크 뱅크스 영국 그래스고대 교수는 “산업 전반의 노동시간 감축이 효율과 생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는 얼마든지 있다”며 “우리가 너무 오래 일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기는커녕 후퇴하기도 한다는 게 진실”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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