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20일 청도대남병원 폐쇄 정신병동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언론은 A씨가 20년 이상 시설에서 지냈고, 만성 폐질환이 있었으며 몸무게가 42kg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해당 병동에 수용된 104명 중 10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총 7명이 숨졌다. 집단발병 소식과 첫 확진자 사망, 열악한 시설 수용 상황이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 중 치매·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비율이 40%에 이른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정신장애인 중 나머지 95명은 치료를 마친 뒤 어디로 갔을까? “여기에 대해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비마이너의 탈시설 기획시리즈 3부작 중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인들은 어디로 갔을까?”가 밝힌 보도 동기다. 11일 만난 비마이너 이가연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알아낸 사실도 놀라웠지만, 이를 수소문하며 맞닥뜨린 보건소, 군청 등 관계자 태도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국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 관련 기사 : 비마이너 / 탈시설 기획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

보도는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입수해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환자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뿔뿔이 흩어진 뒤 행방을 좇았다. “코로나로 인해 정신장애 복지시스템의 열악함이 드러났는데, 설마 다시 폐쇄 정신병동에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어요. 당시 언론에 단지 대남병원만 아니라 정신건강 복지시스템 전반에 문제 제기가 나왔으니까.” 이들 중 91명은 국립 정신병원을 거쳐 민간 정신병원으로 두 차례 병원을 전전했다. 당사자 의사를 묻는 절차는 담보되지 않았다. 4명은 자택으로 갔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 모습. 현재 청도대남병원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진=임상위 제공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 모습. 현재 청도대남병원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진=임상위 제공

코로나19 시기 강제입원 절차도 취재 

기사는 행방 추적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병원을 옮겨다닌 절차를 쫓았다. “이 사람들이 왜 (병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지가 보였어요.” 본래 강제입원 환자가 다른 병원에 재입원하려면 입원적합성심사(입적심)를 거쳐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는 무용했다. 환자들은 2019년 신설된 의료법상 “긴급히 전원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를 이유로 입적심 절차 없이 전원(轉院) 조치됐다. “2017년 신생아 집단 사망사고 이후 신설된 조항을 여기에 활용하고 있었어요. 입적심을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엔 전원 관련 규정이 전무했고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입적심 대상자의 99%가 입원 조치돼 심사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 터에 대면조사 길마저 막혔다. 복지부는 2월 청도대남병원 사태 직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방안을 개정해 서면조사만을 시행키로 했다. 환자가 진술할 기회가 사라졌단 뜻이다. 입원 연장 절차도 마찬가지다. 동법은 당초 부당한 강제·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정신병원 소속 의사 2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해야 입원 연장을 허용하는데, 복지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의사가 1인인 경우 단독 진단’까지 허용했다.

이 기자는 청도대남병원을 비롯해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들에게 직접 닿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을까 궁금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라도 정신건강복지법의 강제입원 기본 절차는 지켜질 것이라 봤다. ‘설마’ 했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강제입원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은 문턱들이 ‘이렇게까지 했겠어’라는 수준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이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격리를 위한 격리’ 외엔 정신장애인을 위한 국가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기사에도 국가와 지방정부가 모른다고 답하거나 무응답했다는 대목이 여럿이다.

청도군 보건소는 음성판정이 나온 대남병원 환자 행방을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1월 강제입원 연장심사 간소화로 인한 인권침해를 줄이라고 권고했지만 복지부는 답하지 않았다. 보건소와 정신병원 관계자들은 “전원 조치에 환자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잘 모르겠다”고 헷갈려 한다. 청도군 보건소는 “자립할 방법이 일주일에 한 번 약 타러 가는 것 말고는 없다”고 말하고, 정신건강복지법엔 정신장애인의 복지 지원 예산이나 정책 규정은 없다.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가 11일 서울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가 11일 서울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 기자가 정부·지자체·의료기관 담당자들과 얘기하며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모르겠다”와 “어차피”였다. “정작 많은 정신장애계 의료인이나 공무원들에게 제도 문제를 물어보면 ‘그걸 왜 물어보냐’는 답이 돌아왔어요. 왜 문제 제기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게 가장 답답했어요. 답하면서는 다들 ‘어차피….’로 시작했어요. ‘코로나니까 그렇죠’라거나 ‘(코로나19 국면이 아니라도) 입적심에서 거의 다 입원 결정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요.” 어떤 공무원은 당사자 전원 의사를 확인했느냐는 그에게 “장기입원 환자들은 어차피 퇴원해도 어떻게 자립할지 알 수도 없고 자포자기 상태이기에 병원에 그대로 있길 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가장 중요한 점은 “당사자가 탈원화를 원한다고 말할 기회조차 사라져버렸다”는 데 있다고 했다. 관련 제도가 정신장애인이 시설로 향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보도는 기존 입적심 심사에서 대면조사가 10%대에 그치고 심사 결과 99% 가까이 입원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시설 밖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 복지 지원과 사례 관리를 맡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민간 정신의료기관에 위탁 운영되는 이해충돌 구조도 다룬다.

보도는 감염병 시대, ‘전원’이 아닌 ‘탈시설’과 자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10일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립지원계획을 담고 있다.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서울 송파구 신아원 등 집단수용시설에서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면서 ‘긴급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 기자는 “우리가 눈앞에 없어서 쉽게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일들에 대해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 시기”라며 “‘저들은 원래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고 쉽게 단정하던 것을 멈추고, 지금도 사람이 있고, 그 안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두 ‘나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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