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출마 가능성이 높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각각 5일과 12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다. 

이들 후보자의 출연이 선거법상 문제는 없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선거 90일 이전(오는 7일)부터 후보자의 ‘금지’ 사항을 발표했다. 출판기념회, 신문·방송 광고 출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후보자가 선거와 관련해 정해진 방법 외에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방송 광고’ 외에 ‘방송 출연’의 경우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은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방송사 대상 심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TV조선 제공.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TV조선 제공.
▲ 박영선 장관. 사진=TV조선 제공.
▲ 박영선 장관. 사진=TV조선 제공.

 

확인 결과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방송 출연 금지 규정이 있다.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은  ‘방송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켜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장진영 변호사가 출연자로 나온 MBC ‘공부가 머니?’가 법정제재를 받았다.

다만 선거 방송 심의 실무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재보궐 선거’는 예외적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90일 이전 출연 금지 조항이 있지만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방송심의위가 선거 60일 전에 구성된다. 선거방송심의는 기구 구성 이후의 방송만 할 수 있어 선거 60일 이전 방송부터 심의한다”고 설명했다. 일관적으로 90일 이전 개별 홍보활동 금지를 명시한 선관위와는 다르게 적용한 것이다.

즉, 재보궐 선거의 경우 예외적으로 ‘60일 이전 출연 금지’로 적용해 2월 방송부터 출연이 금지되기에 두 정치인의 ‘아내의 맛’ 출연은 문제 없다. 

다만 선거방송심의는 재방송도 규제하기에 이들 정치인 방영분을 선거 60일 내에  재방송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2016년 총선 기간 때 과거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결혼의 진화’편 재방송에 진선미 후보가 출연한 방영분이 선거 기간 재방송돼 권고 조치를 받은 사례가 있다. 

▲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조선일보 기사.
▲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조선일보 기사.
▲ 1월2일 조선일보 기사.
▲ 1월2일 조선일보 기사.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 기간 이전이라도 출마 예정자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문제를 제기해왔다. 방송에서 특정 당이나 후보가 부각되면 상대 당이나 후보 입장에선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서울시장 선거가 5개월 남은 시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MBC는 공영방송을 선거운동 매체로 전락시켰다”며 “선거 6개월 전부터는 선거운동 기간인 만큼 중앙선관위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선거 앞둔 현직 시장이 지상파 예능에?” 기사를 내고 “(라디오스타에) 정치인이 출연한 적은 거의 없어 박 시장 출연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고 했다. 두 정치인의 ‘아내의 맛’ 출연이 확정되자 조선일보는 “박영선 장관·나경원 前의원 ‘아내의 맛’ 나온다” “나경원 ‘내가 아내의 맛에 출연 결심한 이유는..’” 등 홍보성 기사를 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후보자 출연 제한 조항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박이 있다. 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심의는 후보자별로 노출 빈도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프로그램에 특정 후보자가 노출되면 불균형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방송가에서는 후보자가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에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에만 장르에 따른 출연 제한을 두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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