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가 대표이사의 불법 및 윤리 위반을 지적하며 사퇴를 주장하는 노동조합 구성원 전원에게 인사상 조치와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호일보는 지난 23일 한창원 사장 명의로 “취업규칙 위반 및 명예훼손에 대한 인사 및 법적 절차 예고”라는 이름의 공문을 조합원 전원에게 보냈다.

기호일보는 공문에서 “회사와 다수 구성원들은 노조의 회사와 회사 구성원에 대한 음모, 명예훼손 등 취업규칙 위배 사항에 대해 강력하게 인사 및 민·형사상 법적 조취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며 “실추된 회사 명예를 회복하고 한마음으로 기호일보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기호일보는 취업규칙 위반 사항을 열거한 뒤 해고·징계 조항까지 명시했다. 취업규칙 74조 4항에 따라 “사원의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해 회사 위신을 추락시키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징계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기호일보 사옥 인근에서 1인 시위 중인 기호일보노조 조합원. 사진=기호일보노조
▲지난 23일 기호일보 사옥 인근에서 1인 시위 중인 기호일보노조 조합원. 사진=기호일보노조

또 노조가 지난달 19일부터 진행 중인 회사 앞 1인 시위 사진과 함께 회사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노조 성명서, 관련 내용을 인용한 미디어오늘 기사를 첨부했다. 지난 8월 ‘팸투어’로 논란이 된 인천관광공사 세금 지원 관련 공문도 노조에 보냈다. 기호일보가 지역언론 사장단의 외유성 출장 비용을 인천관광공사에 신청해 지원받은 ‘언론 윤리 위반’ 사건이다.

현재 1인 시위 등으로 준법 투쟁 중인 노조의 주장은 사장 사퇴와 노사 교섭 촉구로 요약된다. 한 사장은 2013~2018년 지자체 보조금를 횡령해 지난 2018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8월 공기업(인천관광공사) 세금 유용으로 언론 윤리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노조는 여기에 지난 수년간 누적된 편집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장이 기사들 취재에 개입하고 보도 여부를 결정하는 등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관련 사실을 확인해 지난 11월 성명을 냈다. 사장이 친분이 있는 지역 기업인·정치인 비리를 다룬 기사를 삭제하거나 무마를 시도한 사안 8건을 공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약 130건의 보도자료 기사가 ‘(사장님)’ 문구가 달린 제목으로 기사 입력 시스템에 올라왔고 보도됐다고도 밝혔다.

당시 기호일보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사례들은 모두 편집국 회의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진 기사 가치 판단인데 노조가 오해했다. 사장과 친분 있는 지역 인사를 취재하라는 지시도 따로 없다”고 반박했다.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기호일보가 인천관광공사에 지역언론 사장단 외유성 출장 경비를 요청해 논란이 됐다.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기호일보가 인천관광공사에 지역언론 사장단 외유성 출장 경비를 요청해 논란이 됐다.

사측은 노조의 교섭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노조법 30조 등에 따라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해선 안 된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2차례 공문을 통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측 관계자를 만나 구두로 요구한 횟수는 3차례다. 지난 1년간 공식 교섭은 열린 적 없고 노조는 정당한 사유를 사측으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내에선 현 노조 조합원이 구성원 과반수가 아닌 소수노조여서 사측이 무시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한 공문은 회사의 위력을 과시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정한 노조법 81조는 사용자가 노조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해 노조의 자주적 운영을 침해하는 걸 금지한다. 기호일보 조합원 중엔 입사한 지 2년도 안 된 기자도 있다. 노조에선 23일 공문이 회사가 노조 운영에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공문 발송만으로 유·무형의 위력이 행사됐다고 본다.

기호일보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와 관련 “인사위에 회부하거나 조치한다고 적지 않았다.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며 “노조가 1인 시위를 하는데 그 내용이 피해자(사장) 입장에서 명예훼손 사유가 있고,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비방 목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니 그 문제를 지적했다. 전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니 자제를 요청한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