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자유, 개방, 공유를 위한 전문가집단인 사단법인 오픈넷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허위사실 적시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에 대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5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금의 생산되는 정보는 쉽고 빠르게 전파되며 최초 노출 이후 삭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허위사실에 의한 피해의 크기가 과거보다 상당할 것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오픈넷은 23일 의견서를 내고 “표현행위는 그로 인한 해악의 결과나 인과관계 자체가 명백하지 않아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개정안에 대해 우려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오픈넷은 “발화자가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위법성 조각사유)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심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거나 은폐되어 허위사실유포로 처벌되었다가 추후 진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역사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 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다”며 “현행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오픈넷은 무엇보다 “표현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강화된 제재가 도입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언론, 대중들은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나 비유적, 상징적 표현을 꺼리게 되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나 자유로운 비판적 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개정안은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