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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십쇼! 사과사십쇼!” 우주최초 ‘수달 공무원’ 인터뷰
“사과하십쇼! 사과사십쇼!” 우주최초 ‘수달 공무원’ 인터뷰
[유튜브 저널리즘 ⑨-3] 충주씨 ‘병맛’ 노래로 주목, 캐릭터 부각한 홈쇼핑 ‘완판’ 성과까지

“사과하십쇼!” 논란이 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의 발언이 나온다. “정중하게 사과하십쇼”라는 샤우팅이 나오더니 EDM노래가 시작된다. 수달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춤을 추며 “맛있는 사과, 사과, 사과, 충주사과아아아~~”라는 혼란스러운 노래로 이어진다. 

충주 농정과에서 제작한 ‘충주씨’ 유튜브 채널의 영상이다. 속칭 ‘병맛’ 충주 사과 홍보 노래가 중독성 있는 구성으로 59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댓글에는 “여러분 중간에 절묘히 사과 하십시오 말고 사과 사십시오도 있습니다 ㅋㅋㅋ” “사과가 아니라 다른 걸 재배 하는거 같은데...” “충주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 “사과 하라는 건지 사라는 건지 정신이 혼미하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 왼쪽부터 충주시 농정과 김형석 주무관, 충주씨, 이재국 모모콘 본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 왼쪽부터 충주시 농정과 김형석 주무관, 충주씨, 이재국 모모콘 본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충주씨 채널은 충주시 농정과와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모모콘의 합작으로 제작됐다. 지난 14일 충주시청에서 채널 총괄 김형석 주무관과 우주 최초 수달공무원 충주씨, 그리고 ‘고구마 아저씨’ 부캐로 활동 중이자 공동 기획자인 이재국 모모콘 본부장을 만나 충주씨 탄생 배경과 전략을 물었다.

‘충주씨’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김형석 주무관은 “우리 팀은 농산물 유통 기반시설 조성, 홍보 판매를 전담하는데 농산물 브랜드가 없었다. 그래서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게 됐는데 확장성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 충주씨 캐릭터를 최종 확정하고 12월 유튜브 채널을 런칭했다.

충주씨는 ‘수달’이다. 충주에서 발견된 수달이 모티브다. 충주 달래강의 ‘달’이 수달을 뜻한다는 문헌 자료도 있다고 한다. 1급수에만 사는 수달을 농산물과 연결지어 ‘청정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수달 충주씨가 공무원이 되는 과정부터 그려진다. 지자체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이를 유튜브로 구현하고 정체성을 갖게 하는 사례는 드물다. 

▲ 충주씨 '사과하십쇼 노래 영상 갈무리.
▲ 충주씨 '사과하십쇼 노래 영상 갈무리.

‘충주씨’가 살아 숨 쉬는 데는 이재국 모모콘 본부장의 기여가 크다. 방송 작가로 유명한 이재국 본부장은 충주 출신이다. 그는 “캐릭터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다. 정체성과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이 콘텐츠에 다 녹아들지 않더라도 세계관이 있어야 방향성이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캐릭터는 있지만 정체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채널을 알린 계기는 ‘사과하십쇼’ 노래 영상이다. “딜레마가 있다. 지자체는 정보를 줘야 하는데 정보를 주면 재미가 없어지니 고민이 많았다. ‘물 맑고 공기 좋다’는 식의 홍보 레퍼토리는  지겹다. 그래서 언어유희를 활용하려 했다. 기장군수의 발언을 보고 ‘사과’ 동음이의어에서 착안해서 ‘사과하십쇼’라는 가사를 쓰고 ‘사과사십쇼’를 섞으면 재밌을 거 같았다. 문맥 없고 뜬금 없을수록 좋아하더라.” 이재국 본부장의 말이다.

▲ 충주씨 콘텐츠 갈무리.
▲ 충주씨 콘텐츠 갈무리.

뜨거운 반응이 나오자 고구마, 밤, 옥수수, 복숭아, 오렌지 등 충주 농산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리즈의 음악 콘텐츠가 제작됐고 팬덤이 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독자는 충주씨를 만나러 몇차례 충주시청을 방문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할머니가 안동 사는데 충주 사과 샀다고 혼났다”는 댓글을 썼다.

충주씨는 단순히 ‘병맛’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자체에 기여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농정과’ 캐릭터 취지에 맞게 충주씨 캐릭터를 활용한 농산물 포장을 제작했고, 홈쇼핑, 온라인 커머스 등에 충주씨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한다.

▲ '충주씨' 캐릭터를 부각한 '충주씨샵' 홈페이지 갈무리.
▲ '충주씨' 캐릭터를 부각한 '충주씨샵' 홈페이지 갈무리.

“충주씨와 지역 온라인 쇼핑몰을 연계한 ‘충주씨샵’을 선보였다. 보통 온라인 판매가 1년에 3억~5억 매출을 내는데, 충주씨샵으로 개편 후 3달 조금 덜 되는 기간에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충주씨샵’에서 농민 다섯분을 선정해 ‘미스터 애플’이라는 이름으로 사과를 판매했는데 일주일 만에 4200박스를 팔았다. 홈쇼핑에서는 사과를 두 번, 복숭아를 한 번 팔았는데 모두 매진됐다. 온라인 라이브는 11번가와 제휴 맺고 2회 했는데 2억 1000만원 정도 팔았다. 현재는 ‘충주씨샵’을 통해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김형석 주무관의 말이다.

‘충주씨’는 지역 명소 방문 등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 뿐 아니라 쇼미더머니 출전, 동요제 출품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재국 본부장은 “충주씨가 꼬질꼬질하다는 말 들으니 수안보에 가서 목욕하면서 그 지역 온천도 알렸다. 비 피해가 있을 때 농가에 가서 수해복구도 도왔다. 이 캐릭터가 동시대에 함께 호흡한다는 걸 보여주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국 본부장은 “노래 10곡을 제작하게 되면 음반으로도 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동네 돌아다니면서 차량으로 채소, 과일 판매하는 분들에게 USB로 앨범을 제공하고 싶다.  ‘충주사과’ 노래가 울려퍼지게 해서 장사에 보탬이 되게 하는 거다. ”

충주씨 인터뷰 “곰 아닌 수달, 펭수와 노는 물 달라 ”

- 어디로 보고 있어요?
“어디로 보긴요. 두 눈으로 보죠.”

-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 사람들이 수달인 거 알고 있나요?
“초창기에는 10명 중에 7명 정도는 곰돌이라고 했어요. 보시다시피 꼬리가 길어요. 지난 여름 이후로는 수달이라고 알아봐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특히 아이들이랑 어머님, 아버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세요.” 

- ‘펭수 따라했냐’는 말 자주 자주 들으시죠?
“초반에는 좀 들었어요. 아류냐, 따라하냐 이런 댓글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따라한 게 아니라 태어났더니 수달이었고 캐릭터 공무원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펭수님과 저는 다른 존재죠. 그 분은 바닷물이고 저는 민물인데, 노는 물이 달라요. 누구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제 말투나 행동거지를 좋아해주는 구독자분들이 많아요. 거기서 힘을 얻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충주시청 복도에서 인사하는 충주씨. 사진=금준경 기자.
▲ 충주시청 복도에서 인사하는 충주씨. 사진=금준경 기자.

- 말투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않나요? 귀엽다고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 어떤 일을 하세요?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제작했을 때 시민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회의해요. 영상 촬영이나 인터뷰, 방송 등등의 업무를 하면서 충주읮 전체적인 홍보를 하고 있어요.”

- 쇼미더머니9에서 언뜻 봤는데 통편집된 거 같더라고요.
“랩을 잘 못하는데, 주무관님이 ‘충주를 알려야하지 않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이미 하고 있는데요?’라고 답했지만 쇼미더머니9에 나가라는 의미였어요. 하... 자이언티님 앞에서 열심히 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가사 실수를 했어요. 저는 머쉬베놈님 옆에 서 있었는데 머쉬베놈님 1차에선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가 300만이 넘어요. 저는 5초밖에 안 나오지만 이 정도면 밥값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 업무 중 전화를 받고 있는 충주씨. 사진=금준경 기자.
▲ 업무 중 전화를 받고 있는 충주씨. 사진=금준경 기자.

-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뿌듯해요. 처음엔 곰돌이라는 오해를 받았는데 이제는 수달이라고 알고 계실 때도 뿌듯함을 느껴요. 주무관님이 말씀 주셨지만 ‘초코비’ 닉네임을 쓰는 분은 저를 보기 위해 충주 방문까지 해주셨어요. 감사함을 느껴요.”

- ‘초코비’님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충주에 여러번 오셨는데 헛걸음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날 잡아서 연락주시면 하루종일 데이트해요!”

- 홈쇼핑, 커머스에서 판매할 때 어떤 포인트가 있을까요?
“그날 판매하는 농산물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멘트로 준비해서 가요. 제대로 설명을 해야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충주 사과를 팔 때는 ‘충주는 연평균 기온이 7~14도씨라서 맛과향이 으뜸이고 달콤해서 헤어날 수 없습니다’ 하는 식이죠. 저는 먹방도 가능해요.”

▲ 쇼미더머니9 '통편집' 당했지만 머쉬베놈 옆에 서서 화면에 자주 잡힌 충주씨.
▲ 쇼미더머니9 '통편집' 당했지만 머쉬베놈 옆에 서서 화면에 자주 잡힌 충주씨.

- 탈을 쓰고 먹방도 직접 하나요?
“탈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태어나서 탈 써본 적이 없는데요? 그리고 우리 영상 다 안 보셨죠! 입짧은햇님이랑 먹방도 했어요”

-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지금처럼만 가면 좋겠어요. 열심히 할 테니 시민분들이 저를 보고 행복해 하시고 힘도 내시고 항상 믿고 구매해주시면 좋겠어요. 백종원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TV방송에서 농가를 도와준 걸 본 적 있는데요. 이 분들이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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