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짜뉴스법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집행법을 시행하면서 ‘가짜뉴스’ 확산에 네트워크 운영자 책임을 명시하는 추세가 생겼다. 이런 흐름 속에 미디어 사업자 규제가 오히려 포털 등에 ‘삭제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포털 규제처럼 적극적으로 가짜뉴스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악의적 정보를 계속 생산해내는 주체를 막을 수 없다는 상반된 의견도 나왔다. 

4일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주최한 ‘가짜뉴스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와 미디어 사업자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토론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의 발제로 시작했다. 

심 교수는 최근 가짜뉴스 개념이 협의의 의미를 넘어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된 추세를 짚었다. 심 교수는 “독일에서도 가짜뉴스는 오보나 조작된 정보, 의도적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이르기까지, 기자가 실체적 진실을 추론하기까지 확인 과정을 거친 기사가 아닌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기사를 모두 가짜뉴스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짜뉴스 규정을 두고 잘못된 정보(오보, 악의가 없는 경우), 조작된 정보(현실적 악의를 갖고 유포), 악의적 정보(사실이지만 악의적 유포) 등으로 나눠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광범위하게 보는 추세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
▲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의 정책토론 '가짜뉴스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제공. 

심 교수는 “독일에서 2018년 1월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네트워크 집행법은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할 목적으로 정부 입법됐다”며 “독일에서 미디어 사업자는 불만 처리를 위한 고객센터를 설치해야 하고, 사실 확인 가능한 명확히 위법적 내용물은 게시 24시간 이내 삭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내용은 불만 접수 7일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법률을 위반하면 최고 500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률에 포함된 정보는 잘못된 정보,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까지 모두 처벌 대상”이라며 “그러나 처벌 대상은 정보를 유포한 사람이나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주체다. 정보생산자는 법 위반 정도에 따라서 형법과 민법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즉 독일의 규제는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 자체에 관한 처벌 법령이라기보다 형법을 보완해 네트워크 운영자 책임을 명시한 것이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도 “가짜뉴스로 흔히 거론되는 사례를 보면, 잘못된 정보와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심 교수와 마찬가지로 가짜뉴스 범위를 광의로 보는 최근 추세를 짚었다. 

이 대표는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구분이 불명확해진 시대이고 최근 가짜뉴스는 더 이상 뉴스의 형태를 따라 하지 않는다”며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기 때문에 오히려 ‘뉴스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고급 찌라시, 전언 등의 형태를 따르는 것이 더 신뢰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포털 등 미디어 사업자에 삭제 등 규제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권한을 넘겨주는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페이스북, 포털 등에 단속 의무를 지우는 것도 위험하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진실과 거짓을 가릴 능력이 없거나 이들에게 사전이든 사후든 검열의 칼을 쥐여주는 것은 위험하다. 플랫폼 사업자들을 현실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더 공정한 플랫폼으로 진화하도록 사회적 압박과 비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신문이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다고 해서 강제로 퇴출시키거나 폐간시킬 수 없고 독자들이 떠나는 것만이 답이다. 공론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근본적이고 원칙적 해법은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 출처를 확인하고 모든 기사를 의심하도록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며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를 밀어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평판’의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라고 강조했다. 

김성순 민변 미디어 언론위원장 역시 “플랫폼 사업자들에 삭제 의무를 지우는 것이 오히려 권한을 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플랫폼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삭제를 하면서 면피용으로 (삭제 등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런 논리가 악의적 정보를 반복 생산하는 일부 주체들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팩트가 틀리고 악의적인 것이 합쳐진 것을 보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독자들은 계속해서 악의적 오보를 내는 일부 매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자는 것인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면 계속해서 당하는 사람들은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며 “최근 기자협회나 언론노조가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불신 받는 이유가 이런 흐름에서 시민들 생각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