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이 19일 “언론·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이미 국제인권기준에 반해 과도하게 형사화되어 있는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언론 행위를 표적으로 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하는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우리나라와 같이 위자료 액수가 비현실적으로 억제된 상황에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수 손배는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해당 법안 설명자료에서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명시하면서 언론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타깃팅하여 이러한 순기능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역기능을 우려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법무부가 발표한 상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실손해의 5배에 한정된 것이라서 위자료 현실화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의 언론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었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민사 손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은 것은 언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사 사법 전반의 문제로서 위자료를 현실화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오픈넷은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기자들로서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힌 뒤 “이로 인한 사회의 장기적 손해는 국민 모두가 감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에는 언론 행위에 대한 예외가 명시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법원이 언론 행위에 해당 법을 적용할 때에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무책임한 보도로 개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언론 활동이 억지 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인가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조건인 고의(악의)·중과실 판단과 관련, “허위임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조작한 수준이 아니라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 취재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악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픈넷은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점차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허위성’을 이유로 함부로 표현, 표현자를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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