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기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가 일상인 시대에,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올 연말을 뜨겁게 달굴까.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SBS 금토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연출 곽정환, 극본 박상규)은 순항 중이다. 1회 시청률은 6.0%(2부), 순간 최고 시청률은 7.2%를 찍으며 금토 드라마 1위를 기록했다. 곽정환 PD의 쉴 틈 없는 연출과 배우 권상우(국선변호사 박태용 역)와 배성우(생계형 기자 박삼수 역) 호흡이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삼례 3인조’ 재심 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셜록 기자의 재판·취재물에 기반한 법조활극이라는 점에서 사실이 갖는 힘이 있다. 

▲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SBS 금토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SBS 금토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곽정환 PD는 지난해 11월 JTBC 드라마 ‘보좌관’ 시즌2 방영을 앞두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 주인공은 기자다. 주류언론 기자는 아니다”라며 “기자도 역시 조직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 받아쓰기 밖에 할 수 없는 언론을 비판하면서 대안 언론을 만들고자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기자의 모습을 그려낼 생각”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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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 출신 박상규 기자는 타워팰리스 지을 때 ‘노가다’를 뛰고 삼성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로도 일한, ‘특기할 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독립매체 ‘셜록’에서 활동한다. 

그가 오마이뉴스를 떠나며 사표에 쓴 “저는 서울 4대문 안에 없는,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 4대문 밖으로 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은, 회사를 떠나는 배성우의 대사로 구현됐다. 박 기자는 페이스북에 “드라마를 쓰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이 있다”며 “현실의 보통 사람들은 재벌, 상속인, 황제, 왕, 천재 등과 평생 말 한 번 섞기 힘든데 드라마의 주요 주인공은 왜 특별한 그들이 차지하는지”라고 썼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겐 시계, 보석, 화장품 등 고가의 PPL을 붙일 수 없으니 이들 서사가 TV에서 퇴출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날아라 개천용’에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퇴출됐던 사람들 이야기가 왕창 나온다”고 밝혔다. 

▲ 내달 11일 첫 방송하는 JTBC 새 금토 드라마 ‘허쉬’
▲ 내달 11일 첫 방송하는 JTBC 새 금토 드라마 ‘허쉬’

내달 11일 첫 방송하는 JTBC 새 금토 드라마 ‘허쉬’도 기자 이야기다. 배우 황정민과 임윤아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은 이 드라마는 ‘원작 소설’이 있다. 소설가이자 문화일보 기자인 정진영씨가 쓴 ‘침묵주의보’다. 

침묵주의보는 메이저언론의 유능한 인턴기자가 투신한 후 사건 진상을 은폐하려는 회사와 이에 동조하는 동료 사이에서 고뇌하는 평범한 기자 박대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은 일상적 밥벌이 앞에 우리가 위선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게 인간사”라는 말에 대답할 수 있는지 묻는다.

허쉬 제작진은 “끊임없이 부딪히고 흔들리기도 하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인간적 면모를 진솔하게 그린 작품”이라며 “현실감 넘치는 기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실컷 웃다가도 금세 가슴이 뜨거워지는 공감을 안길 것”이라고 했다. ‘우리사회에 언론과 정의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두 작품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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