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가 부당해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망한 지 259일, 책임 규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지 90일이 지났으나 책임자 처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청주방송은 합의가 끝난 회사의 사망 책임 인정 문구도 수정하려는 입장이다. 지지부진한 합의 이행에 시민사회가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위원장 이용관)는 18일 성명을 내 “오는 22일까지 4자 합의 내용대로 강제조정결정문을 수용하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는 전적으로 청주방송의 책임이며, 대책위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자 합의는 지난 7월22일 이재학 PD 명예회복과 비정규직 구조 개선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둘러싸고 청주방송·언론노조·유족·대책위가 타결한 약속이다. △공식사과·책임자 조치 △명예회복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개선 등과 관련해 청주방송이 이행을 약속한 21개 과제가 포함됐다. 청주방송은 합의 타결 직후 과제 이행에 돌입했다. 

▲청주방송, 전국언론노조, 이재학 PD 유족, '고 이재학 PD 대책위' 등 4자 협의체 대표는 7월23일 오전 청주방송에서 조인식을 열고 이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이행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전국언론노조, 이재학 PD 유족, '고 이재학 PD 대책위' 등 4자 협의체 대표는 7월23일 오전 청주방송에서 조인식을 열고 이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이행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14일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이행점검 1차 회의’에선 핵심 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핵심 과제는 책임자 처벌과 이 PD가 제기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마무리 절차다. 신속히 이행될 수 있는 사안이 합의 타결 후 85일이 지났는데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진상조사위는 임직원 4명을 이 PD 사망에 영향을 준 책임자로 규명했다고 알려졌다.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목된 전 기획제작국장 A씨는 지난 5일 징계해고됐다. 합의 타결 후 76일이 지나서다. 14일 점검 결과 남은 3명 중 1명의 징계절차만 시작됐다. 

항소심 마무리와 관련해선 청주방송이 합의를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청주방송은 유족 등과 항소심을 법원 강제조정 절차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청주방송은 고 이재학이 근로자 지위에 있고 청주방송으로부터 부당해고된 사실을 인정하며, 이재학 사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에게 사과를 표한다”는 내용으로 조정결정문도 확정했다.

조정은 지난 9월23일 불성립됐다. 양 측이 확정한 결정문을 두고 청주방송이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냈다. 대주주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사망 책임’ 문구 삭제를 강요했다고 알려졌다. 

대책위는 “중대한 합의 위반”이라며 “오는 22일 목요일까지 합의된 문안으로 법원의 강제조정결정 수용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7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자 합의 타결을 방해한 청주방송 대주주 이두영 회장을 규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7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자 합의 타결을 방해한 청주방송 대주주 이두영 회장을 규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책임자 처벌에 대해 대책위는 “합의서 이행 기한보다 훨씬 지체된 올해 11월30일까지 남은 책임자 3명에 대한 징계를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합의에 따르면 책임자 징계는 합의 후 한 달 이내(8월22일)였다. 

이밖에 대책위는 비정규직 처우 및 고용구조 개선 과정도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법 위반이 확인된 비정규직 9명의 정규직 전환 경우, 합의문엔 2022년까지 매년 3명씩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확약서를 지난 7월30일까지 쓰기로 정했다. 그러나 3명만 올해 내 전환되는 확약서를 썼고 나머지 6명 확약서는 연도별로 기한이 구분돼있지 않았다.

대책위는 “2차 이행점검 시까지 6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확약서 연도별로 구분하여 재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다루는 각종 TF에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와 이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작가 고용안정 TF’에 비정규직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임금테이블 및 각종 복리후생 개선’ 논의 기구에 비정규직 대표 2명과 이들이 추천하는 전문가 1명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사협의회에 비정규직 대표나 추천 외부위원 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지난 7월 4자 합의에서는 노사협의회부터 성평등위원회, 고충처리위원회까지 비정규직 대표나 추천 외부위원을 참여시키기로 정했으나 청주방송이 노사협의회 경우 참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책위는 “합의 이행 의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책위가 제시한 ‘법원의 강제조정결정 수용 의견서 제출 기한’ 전날인 오는 21일 오전 8시에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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