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해도 생산성 차이 없다.” 지난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69곳 중 61곳(88.4%)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사무직의 46.8%가 “업무 생산성이 정상적 근무와 비교해 90% 이상”이라고 했다.

반면 재택근무에 이견도 있다. 지난 7일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창업자 헤이스팅스는 “(재택근무에서) 좋은 점을 못 찾겠다. 대면 방식으로 모일 수 없는 것은 순전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자 업무는 어떨까. “현장에 답이 있다.” 기자들이 신입 때부터 듣는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기자들도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대면’ 현장은 눈에 띄게 줄었다. 기자들은 ‘비대면’ 현장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일례로 지난 7월1일 KBS 2TV 수목드라마 ‘출사표’ 제작발표회. 해당 제작발표회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다. 드라마 인물 소개란에서 ‘애국보수당’ 캐릭터는 부정적으로, ‘다같이 진보당’ 캐릭터는 긍정적으로 서술해서다. 정치적 편향성에 관한 질문은 발표회가 시작되고 약 40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현장’ 제작발표회였다면 가장 먼저 나왔을 질문이 ‘화상’ 제작발표회에선 가장 마지막에 나온 것.

통신사 A 기자는 “기자회견에서는 대답하는 사람이 질문에 곧바로 답하지 않고 피하면 다시 질문할 수 있지만 화상 기자회견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또 전화 통화만 하는 것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 취재원이 기자에게, 기자가 취재원에게 느끼는 친밀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일간지 문화부 B 기자 역시 “서면이나 화상 간담회의 경우 홍보 담당자가 기자 다수로부터 질문을 취합해 한 번에 질문한 후 답변을 일괄 배포하는 형식이 많아졌다”며 “인터뷰이에게 불리하거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임의로 누락하는 등 인터뷰이나 회사가 원하는 내용으로만 노출하거나 홍보에 치우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B 기자는 “결론적으로 매체들이 비슷한 보도를 하게 되고, 기사를 킬(Kill)하는 경우도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현장 질의가 빠지면서 차별성 없는 기사들이 크게 늘었다는 진단이다.

온라인 매체의 C기자도 “화상 인터뷰나 간담회를 하면, 어떤 기준으로 질문을 선정하는지 불투명하다”며 “쇼케이스나 기자간담회 때 질문을 많이 보내는데 선택받지 못한 질문의 기준을 모르겠다”고 전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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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확진자가 여러 명이 나왔던 국회가 셧다운에 들어가자 정치부 기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 경우 공식 행사 이후 정치인이 이동을 할 때 기자들이 그에 붙어 질문하는 ‘백브리핑’의 주요한 취재 경로다. 확진자가 나오면서 백브리핑을 없애자는 말이 나왔지만 기자들이 반대해 자율적 백브리핑을 하기로 입을 모았다. 취재 내용을 전달해주는 ‘풀러’도 3명으로 정했지만 풀러가 확진을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풀러는 1명으로 줄었다.

국회 출입 D 기자는 “우선 정치인의 발언을 딸 백브리핑이 없어졌다”며 “풀러나 중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지만 일단 들어갈 수 있는 기자 수가 적어지니 질문할 수 있는 양이 적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D 기자는 “다만 정치인들이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전화 취재에 잘 응해주는 분위기는 생겼다”며 “오히려 비하인드 정보를 깊이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취재가 확산되는 것에 단점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세계적 스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 출간을 기념해 프랑스 현지 특파원 및 한국에 소재하는 기자 30여명과 오프라인·온라인 병행 간담회를 열었다. 이같이 코로나19로 화상 기자회견 등의 기회가 확대됐다. 

한 주간지의 경제부 E 기자는 “화상 기자회견의 대표적 장점은 유명하거나 물리적 거리가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이 편해졌다는 점”이라며 “토마 피케티 간담회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온라인 매체 C 기자 역시 “평소 대면하기 힘든 이들도 서면 인터뷰로 1:1 인터뷰가 가능했고, 인터뷰이가 직접 답을 작성하기 때문에 기자가 기자의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나 오독이 없어지는 점도 좋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간지 E기자는 “대면 인터뷰를 하면 원래 생각했던 주제의 기사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로 순발력 있게 주제를 바꿔 진행하기도 했는데, 서면 인터뷰가 많아진 지금은 주제를 바꾸거나 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얻는 정보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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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분석가들은 코로나19가 지나고서도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기자 업무는 재택근무의 상시적 적용이 어려운 직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통신사 A 기자는 “대면 현장을 빼고 기자직을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자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C 기자는 “사무실에 가지 않고 현장에서 집으로 가는 재택근무는 가능하겠지만 ‘최소한의 움직임만 허용된 채 재택근무를 하는 형식’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며 “기자들은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기자실로 출근해) 취재원과 관계를 다지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매체 E 기자 역시 “기자는 재택근무에 한계가 있는 직무”라며 “현장에서만 길어 올릴 수 있는 뉴스가 분명히 있다.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뉴스 완성도는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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