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이변, 신문협회장 선거

"압도적이라면 압도적이고 아니라면 아닌 거죠."
지난 10일 신문협회가 사상 최초로(물론 40년이 채 안되지만) 협회장 선거에서 경선을 통해 한겨레 최학래 사장을 선출했습니다. 그 투표 결과를 알고 있을 법한 신문협회 인사는 결과자체가 대외비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아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별 어려움없이 호선돼 연임하리라고 생각하는 신문협회장 자리를 ´압도적´ 표차로 한겨레의 최학래 사장에게 넘겨줬기 때문입니다. 80, 90년대 서울신문 사장과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 한국일보 장재국 회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신문사주 일가에서 신문협회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한겨레 최사장의 신문협회장 당선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신문업계에서는 "준비된 쿠데타"설이 돌았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는 이미 연초부터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업계 소식을 파고 있는 기자에게 투표결과는 매우 중요한 뉴스였습니다. "방사장이 다섯 표밖에 안 나왔다"라는 일설의 진위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매우 열심히 뛰었습니다. 먼저 한겨레에 물어봤습니다. 아무래도 당선자이니까요. 한겨레 최사장과 측근 인사는 "투표는 비밀투표인데다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고 단지 당선자만 발표됐다"며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당선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더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또 열심히 전화를 돌렸습니다. 신문협회, 조선일보, 이사회에 참가한 타사 신문사 사장 등에도 전화를 돌렸지만 투표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준비된 쿠데타´ 결과의 진짜 속내는

투표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압도적이었나라는 궁금증도 있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좀더 쑤시고 다녔습니다. 그 결과 저는 첩보를 하나 접하게 됐습니다. 투표결과가 15대 6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보의 출처는 국내 최대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한 기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쿠데타 실패 등을 맞출 정도의 정보망을 갖고 있다는 이 기업의 정보를 일단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임시 의장을 맡고 개표를 홀홀단신으로 처리했던 매일신문의 김부기 사장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김사장은 공석이었고 핸드폰도 없다고 비서 측에서 말했습니다. 하긴 전화 통화가 됐어도 신부인 그 분이 말해줬을 리도 없다는 생각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한겨레 한 기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들이 확인한 것에 의하면 15대 6이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써도 좋을 만큼 확인을 했다는 것입니다. 15대 6에 확신이 갔습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기사에도 15대 6을 적시해서 출고했습니다.

그런데 찜찜하더군요. 다시 한번 조선일보와 신문협회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뭐 우리가 다 알아봤다 15대 6 사실 아니냐?" 이런 식으로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둘 다 딱 잡아떼더군요.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인을 안해 준 것일 수도 있으나 "신문협회와 조선일보는 이 결과에 대해 부인했다"라고 쓸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적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15대 6이란 부분은 빼고 기사가 나갔습니다.


독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결과 알아야

신문에 나간 다음 저는 당사자들에게 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기사가 나갔으니까 알려줄 수도 있다라는 판단에서였죠. "기사가 나갔으니까 물어보겠다"며 결과를 물어본 것이죠. 당사자들은 "15대 6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또 물을 먹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비공개 원칙이었던 선거가 어떻게 그 결과 내용이 돌았을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날 진행 요원이었던 신문협회 인사들이 폐기했든 어쨌든 투표용지를 취합했을 테고 호기심으로 세어보지 않았겠습니까. 그 인사들을 통해서 정보가 돌았을 테고 그 정보가 저에게까지 들어온 것이죠(맞든 틀리든 말입니다). 평소 신문협회와 친분이 없던 저에게까지 그 정보를 내놓을 리는 없었을 터이구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한번 이 결과를 알아보겠고 알고 나면 게시판에다라도 꼭 띄어놓을 작정입니다. 우리 인터넷 독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압도적인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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