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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성과 이제 잊을 때
K-방역의 성과 이제 잊을 때
[ 김동원의 연구노트 ]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기에 있을 때도 경고가 있었지만 이렇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원인을 찾는다. 이번에는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가 확산의 중추로 지목되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해당 교회의 압수수색, 담임목사의 무책임함, 감염을 거부하는 과격한 반응 등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을 처벌하거나 삭제한다고 하여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처벌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지금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의 해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며칠 째 정부는 가장 강력한 방역 대책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시행 결정을 미루고 있다. 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조속한 3단계 시행을 촉구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시행의 불가피함을 시민들이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3단계로 격상 시 닥칠 경제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정부의 태도는 도리어 코로나19에 오랫동안 대응해온 조직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되고 일부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확산되었을 때 정부 대응은 신속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하여 보건복지부 등 각 정부부처가 초유의 사태를 맞아 협력체계를 만들었고 확진경로 확인, 선별진료소 확대, 신속한 검사 키트 배포 등 수 많은 업무들을 처리했다. 이런 대응은 관료제의 한계가 극복된 예외라 볼 만하다.

▲ 8월26일 오후 광주 서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26일 오후 광주 서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정부 조직도를 보면 셀 수 없는 네모 칸과 화살표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나 단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조직도는 대개 네모 칸에 해당 부서의 명칭과 업무가 표시되고 그 업무를 어디로 전달하거나 보고할지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로 이어져 있다. 이 때 네모 칸은 해당 부서 사람들이 처리할 일의 범위와 결과물을 획정하는 경계(boundary)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부처의 일은 여기까지다”라는 의미다. 이 때 화살표는 각 부처의 업무 결과를 보고하는 방향으로, 또는 책임을 전가하는 경로로 인식된다. 흔히 공공기관의 업무처리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불만은 조직이 각자의 경계 안에 갇혀 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초창기 정부 대응에서는 각 부처를 구분 짓는 네모 칸의 경계가 무너지며 각자가 어떤 일을 더 해야 하고 무슨 일이 필요한지 교류하는 화살표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예외상태에서 일상적인 업무의 완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업무를 어떻게 분장하고 그 결과를 확인할 지의 과정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각 부처를 구분 짓는 네모 칸은 경계가 아니라 교류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접경(border)이 된다. 물론 이를 위해 더 많은 인력과 노동이 투입된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와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은 네모 칸에 갇힌 인력이 아니라 이들 사이를 끊임없이 왕래하며 시민의 불안과 현장 상황을 전달한 ‘화살표의 노동’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경제적 영향’으로 미루고 있는 지금 정부의 태도는 또 다시 자신의 업무에만 몰두하는 경계로서의 네모 칸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통해 발생할 경제적 피해와 이를 보완할 공적 재원의 규모를 수량화하고 올해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산출하며 내년 예산 규모까지 고려하는 업무가 그것이다. 이전까지 부처 간에 작동했던 화살표의 노동보다 수량화된 경제적 여파의 책임을 누가 질지에 대한 경계가 그어지고 보고체계가 다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벌써 8개월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과 시급한 수해 복구과정에서 그나마 정부 조직 내 작동했던 접경들이 다시 고착되고 경직된 경계로 바뀐 것은 아닌가.

▲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나 광화문 집회와 같은 코로나19 대확산의 원인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전문가의 지적과 시민의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 과감한 유연성이다. K-방역의 성과는 잊고 다시 처음 코로나19가 유입되었을 때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정치적 공방과 책임자 처벌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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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20-08-27 11:59:52
이 말은 굉장히 위험하다. 역사를 다 잊자는 말인가. 물론, 방역을 강화하는 건 찬성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굉장히 잘했고(세계에서 인정), 어느 집단의 파시즘(집단의 이익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한다)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 한마디만 하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