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주택가격 통계를 다루는 언론의 자세
주택가격 통계를 다루는 언론의 자세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

종종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체감과 통계수치가 다를 때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런데 오히려 통계는 체감과 다르기에 존재 이유를 획득한다. 느낌적 느낌으로 파악되는 현실이 실제와 항상 부합된다면 통계는 필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감각과 기억은 불완전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얘기를 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통계가 체감과 다른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잘못된 확증편향은 굳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통계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통계는 기본적으로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링 조사일 때가 많아 조사 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특히, 조사 대상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다비도위츠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보면, 미국 이성애 여성은 11억개, 이성애 남성은 16억개 콘돔을 사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매년 판매되는 콘돔은 6억개 미만이라고 한다. 조사 대상원이 본인의 성생활 횟수를 얼마나 과장되게 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은 통계를 다룰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체감과 통계가 다르면 통계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통계보다 체감이 더 옳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통계의 문제점과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요즘 부동산 얘기가 뜨겁다. 아니 주택 가격은 언제나 뜨거운 소재다. 언론을 통해 본 주택 가격 서사는 항상 동일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인 이명박 정부 때, 주택 가격은 정체 또는 하락했다. 소위 초이노믹스에 따라 박근혜 정부 때는 다소 가격이 증가했다가, 문재인 정부에선 노무현 정부 버금갈 만큼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과 관념은 통계와 배치된다. 실제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주택가격 증감률은 계속 하락 추세다. 노무현 정부 때 주택가격은 연평균 4.6% 상승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2.4%, 박근혜 정부는 1.6%, 문재인 정부는 1.4%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확대 재생산한 우리의 통념과 실제 부동산 통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 연평균 부동산 증감률. 표=필자 제공
▲ 연평균 부동산 증감률. 표=필자 제공

특히, 비수도권은 우리의 통념과 정반대다. 연평균 비수도권 주택가격만 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0.9% 상승에 그친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락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 역대 최고 상승률인 4.5%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1.6%로 조금 상승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때는 0%로 사실상 하락이다. 특히 비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비수도권에서 연평균 1.4%나 하락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주택 가격 서사는 수도권 주택 가격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수도권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한 서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주택(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7.9%(8.7%) 급증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0.4%(-0.8%)로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1.7%(2.6%) 다소 상승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3.0%(3.6%) 급증했다.

이러한 지역별 통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비수도권 주택정책은 엉망이 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던 노무현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정책이 시행된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이 활황이던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 서울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 서울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경제 현상을 다룰 때는 통념보다는 통계를 신뢰하고, 지나친 단순화를 피해야 한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비수도권에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리하지 않고 단순화된 주택가격 서사가 비수도권이 추울 때 에어컨을 틀고, 더울 때 난로를 피우게 되는 잘못된 정책을 이끈 측면도 있다.

체감과 다른 통계수치를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통계 전체를 다루지 않고 통계를 취사선택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의 통념과 벗어나는 통계 수치를 하나 보자.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3.7% 상승했다. 17년 동안 83% 상승에 그쳤다. 최근 2~3년 사이에만 두 배는 족히 올랐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 상승률은 79%에 그쳐 서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강북구의 아파트 가격은 95% 상승했다. 이러한 통계적 사실을 전했던 언론이 있었을까? 물론 바깥에 실제 비가 내리고 있는데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우산을 안 쓰고 나갈 수는 없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잘 지적해 주는 언론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통계의 잘못이 밝혀지기 전에는 통념보다는 통계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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