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 뉴스9은 지난 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자와 검사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KBS는 18일자 리포트에서 “이동재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했지만 이 전 기자가 공개한 한 검사장과의 면담 녹취록 전문에는 KBS 보도 내용은 없었다. KBS는 결국 사과한 뒤 해당 리포트를 삭제했지만 KBS 보도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지난 18일 KBS 뉴스9의 관련 보도. 현재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 지난 18일 KBS 뉴스9의 관련 보도. 현재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일부 KBS 직원들은 23일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라는 명의로 “KBS는 ‘청부보도’, ‘여론조작’ 브로커에 놀아났느냐. 양승동 KBS 사장은 즉각 진상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8일자 리포트가 삭제된 것에 “보도 정보에서 특정 리포트 관련 정보를 통째로 삭제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누가 이런 짓을 시켰느냐”며 “그 기사 안에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 또는 ‘감춰야 할 디지털 증거’가 혹시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18일 기사가 작성된 사회부에서 벌어진 사건 전말을 파악할 ‘증거’를 확보했지만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양심적 노동조합과 외부 공익단체의 몫으로 남겨둔다”고 운을 뗀 뒤,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등 보도 책임자들을 겨냥해 “이번 리포트가 방송되는 과정에서 녹취록 내용을 왜곡해 전해주고 리포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한 ‘외부인물’이 있었나. 정치권 인사인가, 검찰 인사인가, 아니면 정치 브로커인가? 아니면 KBS 취재진이 아닌 제3의 인물들끼리 나눈 ‘대화 녹취록’을 넘겨받아 기사를 작성했나. 어떤 경우든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다. 

➀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이번 총선에서 어찌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런 구도를 짜고 간거야〉라고 한 말을 근거로〈총선을 앞두고 보도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 됐다〉는 리포트 문장을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➁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언론권력과 검찰권력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 한 거거든 일반 강요미수가 아닌 거지〉라고 한 말을 근거로〈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윱니다〉는 KBS 보도기사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➂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그런 뉘앙스는 있지만 워딩이 정확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라고 한 말을 근거로 〈KBS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라는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이들은 보도에 개입한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고, 즉각 진상조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엄경철 국장,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 이승철 법조팀장 등 보도 책임자들 직무배제도 촉구했다.

이들은 양 사장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과 증거는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양승동 사장 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내에는 이 같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KBS인 연대’ 측 움직임에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번 연대 모임에 지난 2016년 3월 ‘KBS 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정상화 모임)에 참여한 인사 다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정상화모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KBS 보도 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평가받는 고대영 사장 체제 당시 KBS 기자협회 등을 맹비난하고 나선 단체다. 당시 보도국장을 필두로 한 간부 중심의 사조직이었다. 

최광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지난 22일 미디어오늘에 “지난 주말 벌어진 사건을 단순한 방송사고로 보지 않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지난 정권 내내 권력의 정점에서 KBS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는 데 앞장섰던 이들이 이제야 ‘공영방송의 신뢰’를 외치는 데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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