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1일부터 고정코너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오보나 오탈자를 바로잡고 있다. ‘유명리 새재마을’을 ‘유평리 새재마을’로 바로잡는 것과 같은 단순 오타 정정도 있었지만 지난 4일의 경우 1일자 오보에 언급됐던 온라인매체 더브리핑의 고일석 대표에게 사과하고 오보 대목을 지우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고 대표를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한 인물로 지목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1일자 1면 사고를 통해 “조선일보는 거짓에 맞서 팩트를 추구하고 진실을 수호하면서 100년을 이어왔다. 같은 원칙에 따라 언론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을 때 이를 신속히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며 바로잡습니다 코너 의미를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밝힌 바로잡습니다 게재 원칙은 다음과 같이 5가지다. 조선일보 윤리위(위원장 손봉호) 검토를 거쳤다.

▲ 조선일보 1일자 1면 사고.
▲ 조선일보 1일자 1면 사고.

①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

②지명·이름·통계 등 사실이 틀리거나, 오·탈자 때문에 사실 전달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정정하겠다.

③보도 후 오래 지난 시점에 정정 보도를 게재하는 경우 이유를 밝히겠다.

④잘못된 기사가 특정 지역에 배달하는 신문에만 실렸더라도 정정 보도는 모든 지역에 배달하는 신문에 싣겠다. 독자는 신뢰하는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했다는 사실과 언론이 이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⑤같은 사실에 대해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본지는 객관적·과학적·합리적 시각과 해석을 지지한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의 반론을 충실히 보도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견해를 알리겠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조선일보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자들의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더 꼼꼼하게 확인하라는 데스크 지시와 요구가 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팩트체크에 전 사적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

기자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고정코너 신설 직전인 지난달 28일자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기자들은 “결국 저연차 기자의 기사나 연성 기사(상대적으로 가벼운 아이템을 다룬 기사)만 자아비판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노보를 통해 “기자들은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통해 지면 오류를 수정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바로잡습니다’란 코너를 종합 2면에 ‘고정’하겠다는 점에 의문을 표하는 조합원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바로잡을 게 없어도 바로잡습니다를 억지로라도 쓰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기자는 노보에 “바로잡습니다를 고정적으로 쓰자는 건, 우리 신문이 마치 지금까지 매일 하나 이상씩 오보를 내왔다는 얘기 같다”고 토로했다. 매일 같이 ‘자아비판’ 거리를 억지로 찾다보면 저연차 기자들의 기사나 덜 민감한 기사들만 제사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반론 보도가 하루마다 실린다면 일반 독자들이 “조선일보는 매번 한쪽 입장만 듣고 취재해 왔구나”라고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최근 기자들을 대하는 현장 취재원들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사건건 “유감이네”, “왜곡 보도했네” 등 협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기자는 노보에 “바로잡습니다를 통한 ‘선제적 반론보도’가 과연 신뢰 강화에 도움이 될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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