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이라 불린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 시행됐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의 바탕에는 기업과 기업주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거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피해가족들과 시민사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발족하려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를 산재피해 유가족과 동료가 나서서 이야기합니다. -편집자주
 

고등학교 현장실습 중 사망한 동준엄마 강석경입니다.

마이스터고 3학년 2학기 동준이는 CJ제일제당에 3개월 현장실습 중이었습니다. CJ 전체 오리엔테이션, 진천공장 연수를 차례로 마치고 현장에 배치된 순간부터 동준이의 일상은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노동현장의 가장 밑바닥이었던 현장실습생 동준이에겐 같이 일하는 모든 동료가 선임이고 상사였습니다. 18살 생애 처음이었던 노동현장에서 동준이는 일이 서툴 수밖에 없었고, 선임들에게 계속 혼나는 상황을 힘겨워했습니다. 동준이가 힘들다 말했을 때 저는 ‘처음에는 다 그래. 일에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참아보자’고 말했습니다. 2월에 졸업이라…….

CJ제일제당은 명절이 있는 달에 특히 일이 많습니다. 출근도 일찍 하고 잔업이 항상 있었고요, 계약서에는 ‘1시간에 한해서 협의 하에 연장 근로한다’고 되어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다고 빠지기도 어려운 구조에서 동준이는 장시간 일하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회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선임들은 신입들을 식당 주차장에 모아놓고 기강을 잡는다고 얼차려를 주었습니다. 머리박기를 시키고 쓰러지면 발로 머리를 밟기까지 했습니다. ‘너희들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위로부터 한소리 들었다’며 집단 폭행까지 이어졌습니다.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 사진=반올림 제공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 사진=반올림 제공

동준이는 ‘내가 일하러 왔지 얻어맞으러 온 거 아니다. 때리지 말라’ 항의를 했지만, 뺨까지 맞는 사태로 일은 더 커져 버렸고, ‘윗선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보고하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말이 폭행한 선임들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밖에 알리면 너 죽여 버린다. 내 친구들 중에 주먹 쓰는 어깨들 조폭 형님들 많다’고 협박이 돌아왔습니다.

그날 이후 근무 중에나 식사 시간, 출퇴근 중에도 협박이 계속됐습니다. ‘너 뿐 아니라 가족들도 못 살게 만들겠다.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이 있었다고, 동준이 트위터 친구들과의 대화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사고 후 회사는 동준이 개인의 잘못과 불우한 가정사에 의한 개인적인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폭행을 있었음을 이야기했지만 동료들과의 개인적인 것이지 업무와는 무관한 것이라 주장하며 동료들 조문도 금지하고 사고에 대해 함구령까지 내렸습니다. 그 당시 저는 무얼 해야 할지 몰랐고 ‘산재를 신청할 테니 적극 협조해 달라’는 말만 하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산재를 신청하고 회사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당시 담당자가 전근 가서 알 수 없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동료들도 증언하지 않았습니다. 18살 현장실습생 학생이 폭행과 집단 괴롭힘 무서운 협박에 시달려 세상을 떠났는데, 같이 일했던 누구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사진=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민중의소리 제공
▲사진=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민중의소리 제공

응답하지 않은 그들 모두 동준이를 죽게 만든 공범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동료의 죽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회사의 그 구조도 이런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폭행에 가담한 사람 3명중 1명만 벌금형에 처해졌고, 나머지 공범들과 회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동준이의 죽음에 만 18살 현장실습생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부인했지만, 몇 달이 지나고 동준이와 함께 피해를 입었던 23살 형이 나중에 알려주었습니다. 폭행을 주도했던 선임 중 한명이 동준이 사고에 대한 조치로 보직변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고와 회사가 무관하지 않음이 있음을 확인되었고. 현장실습생 중 최초로 산재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며, 동준이의 죽음이 동준이의 잘못이 아니라 회사의 잘못된 구조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확인받았습니다.

동준아, 너의 나약함이 아니란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엄마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이렇게 엉망이구나.
사람들이 날마다 죽어 나가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너를 죽게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죽게 놔두고 있구나.
미안함에 울고 있을 자격도 없는 엄마가 너의 죽음을 말하며,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너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하고 있단다.
미안하다.
마이스터고에 보내서,
너무 어린 너를 현장실습에 보내서,
힘들다 말할 때 돌아오라고 하지 않고 조금만 견디어 보자고 해서 너무 미안해.
미안해, 아들…….

지금도 곳곳의 일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한가요? 안전하지 않아도 직장이 있으면 감사한가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현장을 만들어 달라는 게 과한 요구인가요? 부당한 일을 하지 않으면 잘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인가요?

▲고 김동준군 어머니 강석경씨. 사진=반올림
▲고 김동준군 어머니 강석경씨. 사진=반올림 제공

현장은 현장 근무자가 가장 잘 안다고 확신합니다. 일하는 노동자 스스로가 말해야 합니다. 바꿔달라고, 안전하게 바꾸어 달라고 외쳐야합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같이 안전하게 일하고 함께 퇴근할 수 있게 노동자인 우리가 먼저 외쳐봅시다. 함께 외쳐야 우리가 죽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또 다른 나 자신임을 잊지 말고, 집단 괴롭힘이나 폭행이 없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각자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가족 같은 회사라고 떠들지만 말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며 지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문화가 있는 회사라고 광고만 그럴싸하게 하지 말고, 강요된 초과노동, 억압과 폭력, 죽음의 문화를 바꿔가야 합니다.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안전문제를 거리낌 없이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윤을 넘어 안전에도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노동자들에게 시간과 여유, 그리고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은폐하는 문화가 아니라, 다시는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국가는 법을 만들고 법이 잘 지켜지게 감시해서 국민들을 지켜야 합니다. 여전히 산안법, 근로기준법의 안전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다치고 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안전에 구멍이 뚫린 일터를 보수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장이 넘치는데, 아직도 국회의원들은 법적 보호망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직무태만 국회가 된다면 없는 게 낫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법이 지켜야 합니다.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꼭 법을 만들어서 이 처참한 죽음의 행렬을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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