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중심의 취재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가 처음 도입한 기획취재팀이 성가를 올리자 각 언론사가 앞다투어 기획취재팀 구성에 나섰다. 각 출입처에서 생산되는 천편일률적인 보도가 아니라 각 사가 독자적으로 발굴 취재한 심층취재로 신문을 차별화하여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 목표.

인터넷의 등장이 활자매체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는 가운데 단순 정보전달이 아닌 심층 취재를 통해 자구책을 찾자는, 보다 절박한 심정도 들어 있다. 각 언론사가 최근 도입하고 있는 기획취재팀은 과연 이같은 취재관행을 바꿔나갈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각 언론사에서 도입하고 있는 기획취재팀은 각 사의 여건에 따라 규모나 운영방식에 크게 차이가 있다.

숫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는 신문사는 단연 중앙일보. 지난해 6월 기획취재팀을 처음 가동한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사에 비해 기자수가 많은 점을 최대한 활용, 24명을 기획취재팀에 대거 배치했다.

중앙일보 기획취재팀은 3인 1조 8개팀을 기본으로 각 팀장은 차장급이, 2명은 평기자로 구성되며 부국장이 총괄한다. 6개월마다 교체되는 중앙일보 기획취재팀은 멤버를 교체해 현재 2기가 활동중이다.

올해 신년호부터 기획취재팀을 본격 가동한 동아일보는 지면을 고정적으로 배치하고 이슈추적과 시민단체 활동, 인물 중심으로 내용을 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일보와 차이가 있다. 동아일보는 이슈추적, 클린21, 우리사는 세상, NGO팀 등 4개팀에 차장 3명을 포함 기자 16명을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기획특집팀 기사를 기사내용에 따라 각면에 배치하는 것 외에 8면을 기획취재팀 고정면으로 설정, 4개팀이 1주일에 1번씩 지면을 채운다. 기획취재팀 기자는 각 부서에서 6개월간 파견하는 형식으로 1년에 2번 교체한다.

지난 13일 기획취재부를 구성한 조선일보는 기획취재부장의 관할하에 3인 1조로 2개팀이 활동하고 별도의 팀장을 두지는 않는다. 조선일보는 기획취재부에서 활동할 기자를 정식 발령내지 않은채 비교적 단기간인 1~2개월간 각 부서에서 지원자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룹과의 분리과정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루어진 경향신문이나 문화일보의 경우 기획취재팀은 보다 소규모로 운영된다.

경향신문은 부국장 직속으로 차장과 기자 1명을 기획취재팀 전담기자로 발령내고, 취재 아이템에 따라 기자를 추가로 파견하는 형식으로 기획취재팀을 운영한다. 기획취재팀 전담기자가 아이템을 선정, 부장회의에서 통과되면 이에따라 그 분야에 가장 적합한 기자를 추가 파견한다는 것. 적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출입처를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해 10월부터 기획취재팀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일보도 차장급기자가 팀장을 맡고 평기자 2명이 배치돼 있는 등 중앙일보의 1개팀에 해당하는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일보와 국민일보가 기획취재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이 각 언론사가 기획취재팀 구성에 나서게 된데는 먼저 구성된 중앙일보 기획취재팀의 선전이 적지않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각 신문사들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활자매체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신문이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기획취재팀을 탄생시킨 것이다.” 동아일보 기획취재팀 이재호차장의 설명이다. 조선일보 김효재기획취재부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동안 신문은 뉴스를 찾아내고 이슈를 만들기 보다는 따라가기 바빴다.

그러나 앞으로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취재관행과 보도는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기획취재팀 구성은 신문사가 사회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중의 하나다.”

그러나 기획취재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의 취재관행을 깨는 것이다. 물론 출입처 중심의 취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수는 없다. 정보취득의 효율성은 출입처 중심 취재관행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이에따른 폐단도 적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기사와 관의 시각에 얽메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기자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사실 각 신문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예전에도 경찰팀 위주의 ‘기동취재팀’ 등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 기동취재팀은 부서별로 배정된 지면을 뺏기지 않으려는 지면 할거주의 등으로 인해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큰 이슈가 발생했을때 기획이 차지할 공간은 더 없어졌다. 장기적인 시간을 주기보다는 단기적인 시간내에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조급증도 문제였다. 결과가 여의치 않자 성급한 ‘무용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각 언론사에서 만든 기획취재팀의 성공여부는 기획취재팀에 대한 시각 전환과 회사의 지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팀을 구성하기만 하면 바로 엄청난 결과가 나올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보다는 고정관념을 깬, 보다 자유로운 취재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기자파견과 지면운영에 있어서 각부서장들과의 협의도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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