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던 경남 창원성산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도 패했다.” 4월16일 경향신문 사설의 한 대목인데 사실과 다르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활동하고 있고, 재선에도 도전했다. 한겨레는 ‘홀로 선 정의당 희망을 찾아서’ 기획 기사를 내고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청와대 정책으로 언급하고 저작권자를 ‘민주노동당’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전국민 고용보험은 민중당의 총선공약이었다”며 “민중당의 목소리와 존재를 소멸시키는 의도가 혹 있다면 곤란하다”고 했다.

“민중당을 지우려는 건가 생각 들었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언론에 ‘놀랐다’고 했다. 울산지역 노동·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울산광역시 기초의원, 울산 동구청장을 지낸 그는 “서울에 와서 일하게 되면서 언론 환경이 생각과 달랐다. 우리 당은 제대로 실리지 않더라. 한 번은 한 진보 신문사 정치부 간부를 만나러 갔는데 시간이 5분밖에 없다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를 지우려고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 관련 기사도 그렇다. 민중당에서 1년 전부터 토론회도 열고, 이정희 전 대표가 홍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등 전면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소한 누가 시작한 정책인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언급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심상정 의원은 본인이 심혈을 기울인 것처럼 얘기하던데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는 중요하지만 자신들만의 정책처럼 얘기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정책 경쟁을 위해 상호 인정을 했으면 좋지 않을까.”

▲ 김종훈 민중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김종훈 의원은 총선 기간 민중당을 알리기 힘이 부쳤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이라 유세를 통해 대중을 만나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미디어 중심 선거가 됐는데, 언론은 양당 중심으로 보도하고, 거대 양당은 세련되게 기획해 홍보할 수 있었다”며 “그러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민중당이 보이지 않는 선거였다. 우리 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포함한 다른 군소정당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노동당과 단일화 실패 더 아쉬워”

“아쉽다.” 울산 동구에서 재선에 도전한 그는 권명호 미래통합당 후보(38.4%)와 4.5%p차(33.9%)로 낙선했다. 20대 총선 때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24.53%)가 완주한 게 변수가 됐다. 노동계에선 민주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지난 선거 때와 달리 민주당이 여당이 됐고, 전국적인 판세가 유리한 상황이라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선 직전 김태선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했으나 지지부진했다. 김종훈 의원은 “일종의 선거 전술이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하려고 해도 안심번호 받으려면 열흘이 걸리는데 시간상 불가능했다. 사다리타기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한쪽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문제였다. 민주당 캠프에선 자신들이 여론조사 잘 나온다는 얘기만 하고 실질적인 행동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김태선 민주당 후보측에서 색깔론을 제기했다가 우리가 고발하겠다고 하니까 관련 유튜브영상을 내렸다”며 “정치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종훈 의원은 자신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민주당과 단일화 무산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진보진영에서도 단일화가 안 돼 아쉽다”며 “노동당 하창민 후보가 2.48%를 득표했다. 단일화가 됐다면 시너지를 내서 그 이상의 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진보진영 표가 갈라지니 현장(현장 노동자)에선 민주당 표로 이탈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 총선 당시 정의당 울산시당의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 총선 당시 정의당 울산시당의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공영방송 장악?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20대 국회 후반기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종훈 의원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문재인 정부 공영방송 장악’ 주장에는 오히려 미래통합당 집권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고 반박했다. KBS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가 적다며 날을 세운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달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울부짖었고, 학교 비정규직 1000명이 15일 단식 농성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의 외침에 KBS가 눈길 한 번 주고 있는가 생각을 해보라”며 질타했다. 미래통합당에 맞서면서도 민주당과는 다른 결의 논의를 끌어냈다.

김종훈 의원은 “공영방송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래통합당) 본인들이 보기에는 치우쳐 보이겠지만 장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때 방송을 그렇게 끌어왔으니 지레짐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꾸 노조 출신이 방송사 사장, 간부를 한다고 지적하는데 노조를 기본적으로 천시하거나 하수로 보는 인식이 머릿속에 있는 거 같다. 기본적으로 노조에 대한 적대의식이 언론 이슈를 다룰 때도 남아 있다”고 했다.

김종훈 의원은 미디어 환경과 관련 “공영방송의 생존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됐다. 경쟁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가.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지원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 문제에 김종훈 의원은 각을 세웠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과방위에서 유일하게 MBN 차명계좌 의혹에 적극 문제제기한 의원이었다. 그는 “거대 공룡이 된 종편 문제가 심각하다. 너무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당장 해체하라고 요구할 단계는 지났다. 그러니 제어 장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지난해 김종훈 의원실이 주최한 '종편 불법승인 방통위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 지난해 김종훈 의원실이 주최한 '종편 불법승인 방통위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노동 부문에도 코로나19식 대응 필요”

김종훈 의원은 노동자 문제를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와 보니 500대 기업은 사실상 상주하는 거 같다. 이 분들은 ‘대관’이라고 해서 매일 의원실을 방문한다. 노조나 시민들은 의제나 정책을 전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과방위에서도 노동 문제에 주목했다. “과방위 와보니 우리가 과학자라고 부르는 사람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놀랐다. 6개월 연구하고 쫓겨나고, 2년 일하면 재계약을 해야 하니 눈치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예산은 지원이 많은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를 떠나 독립적으로 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김종훈 의원에게 20대 국회에서 아쉬운 점을 묻자 정부여당의 ‘노동’ 분야 대책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지휘하고 긴급 추경을 했다. 대응을 잘하니 국격도 올라갔다“면서 ”그런데 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고용위기에 처했을 때는 이렇게 하지 않을까. 2017년 조선산업이 절반 가까이 구조조정을 당했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유독 현장에서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한다. 기업살인처벌법을 고 노회찬 의원 등 여러 의원이 내놓았다. 무조건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연속적인 재해에 책임을 강화하자는 거다. 생명과 안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고민을 하는데 노동 이슈는 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다. 실업급여도 최소한 1년, 길게는 2년까지 지급하도록 해 삶을 안정시키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 문제를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로만 보지 말고 코로나19처럼 사람의 삶의 문제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막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법을 묻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노동자 최저임금을 깎을 자격이 있나. 자신들은 1000만원씩 받으면서 160만~170만원 받고 살게 할 건가. 최저임금은 한 사람만의 돈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고, 치매 걸린 부모를 부양하고, 3~4인이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 내에서 대단히 민주적이라고 생각했던 의원들이 동의해 많이 아팠다. 개별적으로 물어보니 당론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을지로위원회도 만들고 을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최소한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급선무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도 먹고살 고민을 하면서 식당을 운영했다. 좋은 곳에 데려가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지도 않아서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를 하든 안 하든, 지금까지 사회운동을 해온 것처럼 책임을 갖고 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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