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잘못된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이 실제 바이러스 확산만큼 문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pandemic, 전염병의 지구적 유행)’을 주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9일 개최한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에서는 ‘치료적 보도’로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주문과 함께 다양한 제언이 등장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언론의 점수는 좋지 않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3월31일~4월2일까지 성인 남녀 10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주요 대응 주체별 평가에서 질병관리본부(91.6%)가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언론·뉴스미디어가 잘 대응했다는 평가는 46%에 그쳐 6개 대응 주체 중 최하위를 나타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는 67.2%, 대통령 및 청와대는 64.5%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56%는 국내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 뉴스를 많이 전달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3월9일부터 12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사회의 여러 주체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4점 척도로 물은 결과에서도 언론(63.7%)은 의료기관(93.2%), 지방자치단체(77.2%), 정부(74.4%)보다 낮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확진자 또는 유증상자(54.1%) 다음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주체가 언론이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언론의 이 같은 낮은 신뢰도와 관련, 이날 발제를 맡은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교란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해 설명했다. 정준희 교수는 “문제해결을 촉진 시킨다는 면에서 미디어가 주는 공포의 순기능이 있지만 자극의 정도를 높여가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았다”고 지적하며 “‘뚫렸다’ ‘창궐’ ‘대혼란’ 같은 식의 과도한 기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높여가며 각자가 이기적 선택을 하도록 조장한 면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한 방역당국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정준희 교수는 “언론에서 부정적 감성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언론은 관습적으로 부정성에 매몰되어 거의 무조건 권력에 책임을 묻는 방식을 보였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상대적으로 부정성에 덜 중요한 가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구정은 경향신문 기자 또한 “언론은 무조건 비판해야 한다, 이런 관습적 보도행태도 정치적 의도 못지않게 이번 보도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뉴스가 감염병 국면에 도움이 못 되고 오히려 그릇된 감정을 전염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 같은 인포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 국면에선 치료적 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유포되는 정보를 의미하는 ‘교란 정보(DISINFORMATION)’가 가장 큰 문제”라며 “교란정보에 맞춘 정보제공이 중요하고 이는 기성 언론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정정보’를 강조했다. 

우리는 교란정보를 극복하고 있을까. 정준희 교수는 “현재 해외의 상황 변화에 따라 교정정보가 상당 부분 유통됐다. 해외 상황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면서 한국과 비교한 교정정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부 국내 언론이 지속적으로 방역 당국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이어갔으나, “바이러스가 시민적 자유를 시험하는 시대에, 도시를 계속 열어두면서 감염을 공격적으로 감시하는 이 전략이 먹히기만 한다면 민주사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2/25)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WHO(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제한에 성공한 점을 들어 모든 나라에게 공격적인 테스크를 촉구했다”(3/18)고 보도한 가디언 같은 외신보도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국내 방역 당국의 수준이 객관적으로 드러났고, 이것이 ‘교정정보’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정준희 교수는 “외신을 인용하는 언론 보도가 증가하며 팩트체크 노력이 이어졌고, 여기에 한국 방역 당국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교정정보 확산 노력이 더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 방역 당국을 비판하는 언론보다 방역 당국을 신뢰하는 여론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랩 소장이 화상연결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랩 소장이 화상연결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알렌 밀러 ‘뉴스리터러시 프로젝트’ 대표는 이날 화상 연결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허위정보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시작에 대한 음모론부터 예방과 치료, 마스크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기자들의 경우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우려한 뒤 “코로나19와 달리 인포데믹에는 ‘뉴스 리터러시’(비판적 독해능력)라는 백신이 있다. 정확한 정보를 찾는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랩 소장은 “어느 때보다 뉴스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언론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조슈아 벤튼 소장은 “코로나19는 현지의 지역 뉴스가 가장 중요하지만 대부분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고 있다. 언론사들이 준비했던 각종 콘퍼런스는 취소되고 있고, 신문 배달도 위기 상황이다. 모든 매체의 광고매출이 감소하고 있고 언론사들은 비용축소와 통폐합이 예상된다”며 저널리즘의 붕괴를 우려했다. 이는 국내 언론이 처한 상황과도 유사하다.

에이미 브리튼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런 위기상황에는 검증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대면 취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간의 정보공유도 부족하다. 광고 수입도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구독자가 어느 때보다 오르고 있다. 독자들은 진짜 정보를 원하고 있다”며 전 세계 기자들의 분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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