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어쩌다 바이러스 신세가 되었나   
한국 언론은 어쩌다 바이러스 신세가 되었나   
[비평] 외신으로 ‘바이러스 박멸’ 나선 미디어 이용자들…언론은 ‘위험소통’의 훼방꾼이었나 

호주 퍼스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는 최근 마트에서 사람들이 휴지를 사기 위해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생필품 전체를 사재기해서 매장에 물건이 없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패닉모드다. 감염자가 나오면 동선 체크도 안 하고 감염자 진술로만 때우고 있다. 어디에서도 손 세정제를 못 봤다”고 전했다. 정씨는 “여기서 마스크를 쓰면 다들 코로나 감염자로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호주는 지난 18일 전 국민에게 최소 6개월 출국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정씨는 당분간 한국에 올 수 없게 됐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의 글을 올렸다. “꽤 큰 마트에 갔는데 냉동 식품란은 텅텅 비었고, 농산물도 다 팔렸다. 이제는 밀가루 한 자루 구할 수 없다.…아프더라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깜깜해진다.…일주일에 두 개씩 마스크를 살 수 있는, 휴지를 살 수 있는, 손 소독제를 살 수 있는 한국이 너무 부럽다.…마스크 2장 배급에 불평 그만하고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긍심을 가지셔도 된다.” 

재난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정보가 있어야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이 가능하다. 한국은 감염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동선 공개에 인권 침해 논란이 일자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부러워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을 때 정부가 치료해줄 것이란 기대가 존재한다. 외국과 비교해볼 때, 한국 정부는 위기를 관리하고 있으며 위험소통에서도 순위권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7일 코로나19 정부대응 평가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8.4%,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9.9%로 나타났다.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p다. 6주 전 리얼미터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55.2%)는 응답보다 오차범위 내 상승한 수치이며,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부에 비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다. 언론은 재난을 해결하는 위험소통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주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8일 코로나19 언론 보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신뢰한다’는 응답이 48.3%,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3%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 같은 정치적 이슈도 아닌 감염병 이슈 보도를 놓고 절반 가까이가 불신한다는 것으로, 미디어 이용자 다수가 언론이 코로나19를 정파적으로 보도하거나, 또는 보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p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BBC 인터뷰에 나선 모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BBC 인터뷰에 나선 모습.

실제로 일부 언론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대응을 폄훼하거나 훼방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 미디어 이용자들은 국내 언론 보도를 바이러스 취급했다. 외신 보도는 ‘바이러스 박멸’을 위한 치료제처럼 등장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3월18일 “다른 나라에서 목격된 공황상태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인들은 대부분 침착하다. 사재기 신고도 없었고 대기 중인 사람들은 테스트를 받거나 마스크를 사려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아무도 기다림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WHO(세계보건기구)는 한국과 대만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제한에 성공한 점을 들어 모든 나라에게 공격적인 테스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올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BBC ‘앤드류 마 쇼’ 인터뷰 요약 영상은 3일 만에 2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한국의 ‘모범사례’를 소개한 이 인터뷰에서 강경화 장관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원칙은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국민들께 최대한 충실히 알리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민들은 정부에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은 분명 한국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천관율 시사IN 기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방역전’이 민주주의-권위주의 체제경쟁으로 흐르고 있으며 “서방 언론은 베이징의 승리 선언에 맞설 반례를 원했다. 한국은 권위주의에 맞서 개방적 민주국가 블록을 대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2월25일 “바이러스가 시민적 자유를 시험하는 시대에, 도시를 계속 열어두면서 감염을 공격적으로 감시하는 이 전략이 먹히기만 한다면 민주사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국의 방역대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중국식 대응도 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매우 적합한 사례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서방 언론 보도는 현실에 비해 우호적으로 포장되어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해도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도하는 외신은 국내 언론보다 높은 신뢰 속에 공유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속보·단독 경쟁에 따른 오보·왜곡 보도는 이미 상수로 취급된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부족했다. 

재난방송 경험이 풍부한 어느 방송사 고위관계자의 지적은 이러했다. “재난 보도는 결국 재난 예방이다. 가령 종교집회는 이재명보다 언론이 더 강하게 비판하고 막아섰어야 했다. 어디 환자 발생했다고 중계하러 몰려갈 게 아니라 예방을 위한 경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현장 실태 보도가 필요했다.” 또 다른 지적도 있었다. “재난 보도는 정확한 정보로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건데 언론이 그냥 휩쓸려 다니면서 정보 체크도 안 했다. 마스크가 좋은 예다. 한가한 한강공원에서조차 온통 마스크를 쓸 필요가 어디 있나.”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마스크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해졌다. 식약처가 지난 3일 마스크 착용보다 휴대폰 등 위생관리, 사회적 거리 확보 등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하며 KF80 마스크 권장 사례를 △호흡기 증상자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자 등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기 메시지는 과도한 마스크 수요를 불렀는데, 당시 언론은 이를 바로잡는 대신,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모든 의제를 마스크로 몰고 갔다. 모두 마스크를 쓰는 현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기긴 어려워졌다.

민주주의 정부는 교회의 집단 예배를 금지하기 어렵다. 종교의 자유 때문이다. 여기서 언론이 적절한 ‘집합행동’으로 이어지게끔 여론을 이끌고 의제를 설정해야 했지만 부족했다는 평가다. 신천지 신도들을 통한 대규모 확진 이후에도 예배에 따른 감염은 성남과 부천 등 지역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신천지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했고, 대다수 언론은 집단 예배와 관련한 의제 설정 대신 “뚫렸다” 같은 자극적 헤드라인만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지난 달 25일 용산구 방역 관계자가 LS타워 방역 작업을 마친 뒤 보호복을 벗고 있다.
▲지난 달 25일 용산구 방역 관계자가 LS타워 방역 작업을 마친 뒤 보호복을 벗고 있다.

한국 언론은 해법(솔루션)저널리즘에 익숙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판이야말로 언론의 첫 번째 의무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면 잘할 방법을 찾기보다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부 기관지에 가까웠던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 기관지라는 비판을 받을까 긍정 평가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재난 보도에서 해법 저널리즘을 기대하는 건 사치에 가까웠다. 정파적인 재난 보도들 때문이었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3월16일 ‘노르웨이 외국인 입국 금지…강경화 통화 뒤에도 초강수 조치’란 기사를 통해 정부가 무능하다는 뉘앙스를 강조했다. 모든 외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을 불허하는 조치였음에도 이 신문은 “이 같은 조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과 통화 이후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다른 언론 보도 역시 유사했다. 결국 주한 노르웨이대사는 입국제재 수위를 높인 것과 강 장관 통화가 무관하다고 해명해야 했다. ‘흠집 내기’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든 기사다.

조선비즈는 3월17일 ‘“한 번도 본 적 없는 폐렴”…아산병원 의료진 “증상 없다가 4일 만에 뿌예진 폐”’란 기사에서 “우한 코로나가 감염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폐 전체에 퍼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났다”며 증상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에 주요하게 등장한 도경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조선비즈로부터 취재요청조차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출처는 한 포럼 자리에서의 도 교수 발언이었는데, 기사 내용은 발언 취지와도 달랐다. 

도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교묘하게 기자가 본인 쓰고 싶은 걸 내 이름을 빌려 쓴 것”이라며 “완전 가짜뉴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목에 등장한 “한 번도 본 적 없는 폐렴” 발언의 당사자인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YTN에 “(내가 말한) 매우 독특한 특성은 그냥 산소공급 하면서 안정시키고 있으면 환자가 시간이 지나며 회복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기사는 근거 없는 공포심을 부추긴 왜곡 보도였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경우 여전히 ‘우한 코로나’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는데, 한국어판에선 ‘우한’을 쓰고 영어판에서는 ‘우한’을 쓰지 않아 일관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KBS라디오 ‘라이브 비대위’에 출연해 “코로나 사태에 대해 팬데믹(전염병의 지구적 유행) 상황이라고 하는데 팬데믹보다 무서운 게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이다. 잘못된 정보의 유포가 방역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정치적 공방으로 몰고 가는 보도, 정부가 무조건 잘하고 있다는 보도는 모두 위험하다. 중요한 건 보도 목적이 재난의 극복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성규 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은 언론중재위원회 잡지 ‘언론사람’ 3월호에서 “저널리스트의 팩트 중심주의는 진실뿐 아니라 거짓을 구성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도 제공한다”면서 “‘논란’, ‘공방’이라는 제목 아래 보도된 팩트들은 거짓임이 분명함에도 발화자 행위의 사실성으로 인해 진실처럼 둔갑한 뒤 허위조작정보의 원료로 활용된다”고 우려한 뒤 “엉뚱한 곳에 너저분하게 뿌려놓은 팩트는 다른 거짓된 맥락과 결합하면서 거대한 허위정보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난 보도에 있어 저널리즘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고된 작업이 “트래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기사화해야 한다는 인식으로는 구현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속보·단독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고, 경마식 중계 보도와 자극적 헤드라인은 재난 보도에서 사라져야 한다. 정파적 보도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코로나19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가짜뉴스도 경계해야 하겠지만, 실제 사실이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실한 뉴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 연결된다. 언론이 바이러스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 출고하는 기사량부터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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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2020-03-22 08:57:4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후원했습니다.

담덕 2020-03-21 23:27:49
이게 다, 75년전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한 업보다.

불나비 2020-03-21 20:57:51
마스크 수급 안된다고 그 난리치더니 오늘 식약처에서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 하는데 콧배기도 안보이는 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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