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점 다섯 곳을 돌며 꿀 40㎏, 음성 배, 진도 대파 등을 샀다. 19일 이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곳을 방문하기 나흘 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직원 2명이 상인회 사무실을 찾아왔다. 처음엔 김 여사가 아니라 “박영선 장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기부 관계자들은 두 차례 시장을 찾아 동선(動線)을 짜고, 방문 점포를 정한 뒤 17일 이 명단을 상인회에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해당 점포의 상인들에게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며 ㎏ 단위까지 정해줬다고 한다. 시장에 박 장관이 아닌 김 여사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방문 당일 오전이다. 상인회장은 “김 여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새벽부터 일어나 상인들에게 ‘계란은 던지지 말자’ ‘반갑게 환대하자’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조선일보 20일자 아침신문 보도 내용이다. 김정숙 여사가 중랑구 소재 시장을 방문하기 전 각본을 짜놨고 구입할 물건을 준비시켰다는 보도다. 특히 상인회장이 김정숙 여사에게 ‘계란은 던지지 말자’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방문 과정 및 준비에) 비우호적인 상인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썼다.

조선일보 보도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협받아 정부에 반감이 높은 상황을 전제로 놓고 소위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김정숙 여사가 시장을 방문하기 전 공무원과 상인들이 사전 각본을 짰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한 대표 인물이 동원전통종합시장의 상인회장이다. 백남용 상인회장은 조선일보 기사에 김정숙 여사 방문시 ‘계란은 던지지 말자’라고 말했다는 당사자로 나온다. 해당 발언은 김정숙 여사 혹은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상인들이 있기에 돌발행동을 하지 마라고 주의를 당부했다고 연상케 한다.

그런데 백남용 상인회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가 20년 동안 조선일보를 구독해온 독자인데 오늘부로 신문을 끊었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 백남용 상인회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 조선일보가 교묘히 자신의 말을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보도했다는 주장이다.

백 상인회장은 “과거에 전직 대통령이 시장에 온다고 하면 달걀을 던지고 그런 사태들이 있었는데 ‘예컨대’라며 예시를 들었고 (오히려) 환대하자라는 발언에 무게를 뒀는데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그냥 왜곡보도 해버렸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상인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김정숙 여사 방문시 안전을 지키고, 불미스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을 이렇게 왜곡시켜 버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비우호적인 상인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에도 “김정숙 여사는 5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식당까지 왔고, 가짜뉴스 피해가 많으니 격려차 왔다”며 “누가 누구를 배제하겠느냐. 상인들은 모두 순수하고 착하신 분들인데 이런 문제를 정치색을 띠고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타사 매체도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해 왜곡보도해서 항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중소밴처기업부 직원 2명이 김정숙 여사 방문 전 동선을 짰고, 공무원들이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며 kg 단위까지 정해줬다고 보도했다. 사전 각본을 짰다는 건데 ‘쇼’를 벌였다는 인상을 준다.

▲ 20일자 조선일보 12면.
▲ 20일자 조선일보 12면.

이에 백 상인회장은 “어쨌든 구매해 준 것은 상인 입장에선 너무 감사하다. 우린 정치인이 아니다”며 “확진환자 가짜뉴스(시장 동선) 때문에 생계위협을 당한 상황이었는데 김정숙 여사 방문 이후 활기를 되찾고 손님들이 구매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왜 굳이 딴지를 거느냐. 죽일 xx들”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로 조선일보 등을 비난했다.

백 상인회장은 “동원전통종합시장은 보통 유동인구만 3500명이다. 5번 확진자 번 동선에 있다고 한 가짜뉴스 때문에 2000명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돼 있었다”며 “서울시나 중기부가 신속히 대응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제공해주고, 구청이 소독을 해줘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재 유동인구가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시장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조선일보 보도만 보면) 마치 저희 상인들이 가식으로 김정숙 여사를 대한 것처럼 보도해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색을 띤 왜곡보도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는 게 백 상인회장의 주장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두 명 취재기자와 한 명 인턴기자가 작성했다. 미디어오늘은 백 상인회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조선일보 기자에게 답을 요청했지만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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