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표 아무개 기자가 29번 확진자의 부인 A씨를 만나 취재한 후, 부인 A씨도 30번째 확진자로 확정되자 조선일보 기자 역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표 아무개 기자와 접촉한 다른 조선일보 기자 2명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측은 표 기자가 A씨를 인터뷰했을 시점에는 A씨가 확진자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시기에 이러한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17일 ‘29번 환자 4시간 머물렀던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 폐쇄’ 기사에서 “29번 확진자와 함께 사는 아내 A씨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자택에서 만났다”고 썼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 표 기자는 A씨를 자택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A씨는 29번 확진자(A씨 남편)가 도시락 배달 등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16일 자정에서 17일 새벽 사이 30번째 확진자로 확정됐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에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를 했던 사람이 하루 뒤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인터뷰 당시에는 확진자가 아니었다”며 “확진자를 인터뷰했던 기자는 즉시 거주지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가서 관련 내용을 신고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17일 조선일보 3면.
▲17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보면 표 기자는 A씨를 자택에서 만나고,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기원도 찾아가기도 한다. 표 기자가 신설기원을 찾아간 이유는 29번 확진자가 자주갔던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자가 확진자가 사는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다른 곳들을 돌아다니기도 해 전파자가 될 수도 있어 적절하지 않은 인터뷰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를 취재 중인 한 방송사 기자는 “코로나19 취재 기자들 사이에도 이번 사태에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기자단 내부 징계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거론된다”고 전한 뒤 “국가적 위기 상태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 취재 열의를 감안해도, 언론의 과도한 속보·단독 경쟁을 부추길 뿐 아니라 정부의 방역 대응을 방해하기까지 하는 취재 활동이라면 자제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측은 사내에 이번 취재 과정을 알리며 “본사 사회부 표 기자가 16일 오후 29번 확진자의 부인 A씨를 만나 취재했다”며 “취재할 당시 A씨는 확진자가 아니었으나, 16일 밤~ 17일 새벽 사이 30번 확진자로 판명이 나면서 표 기자가 확진자와 접촉했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16일 오후 4시 20분, 사회부 표 기자가 29번 확진자 주거지 등 주변을 취재 중, 우연히 확진자의 부인 A씨(30번 확진자)를 만나 10여 분간 대화를 했고, 당시 A씨와 표 기자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고, 두 사람 간의 거리는 1미터였다”며 “취재 후 상황보고 및 정리를 위해 인근 카페에서 최 모 기자, 허 모 기자와 합류해 40분간 취재정리 등으로 함께 있다가 해산했다. 이후 세명은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귀가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9번 확진자의 부인 A씨는 17일 자정~새벽 사이 30번 확진자로 판정됐고 17일 오전 8시, A씨의 확진보도 확인 후, 사회부에서 세 기자에게 질병관리본부 연락 후 지침을 따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조선일보의 표 기자는 자가격리를 하라는 지침을 받고 재택근무 중이며 표 기자와 접촉한 기자 둘 역시 재택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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