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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살처분 보도사진 대상작이 던진 질문들
돼지 살처분 보도사진 대상작이 던진 질문들
한국보도사진전 최초 드론 이용한 작품 선정…합법과 불법 경계, 사진 주제 논쟁 남겨

56회 한국보도사진상(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 대상 수상작이 저널리즘 보도 사진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상 수상작(뉴스1 유승관 기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살처분 현장을 담았다.

대상 수상작은 한국보도사진상 역대 최초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경기 파주시 한 농가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를 둘러싸고 비닐로 덮은 뒤 가스를 주입하는 모습을 바로 위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

방역 원칙상 취재진의 농장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많은 언론이 드론을 띄워 현장을 찍었다. 하지만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지역이 군사보호지역이라 드론을 이용해 취재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 및 협조 요청을 보냈다. 엄밀히 따지면 대상 수상작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 있는 사진 촬영의 결과물이다. 국민 알권리와 군사보호지역 내 안전수칙 준수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따져야 하는 취재윤리 문제가 남는다. 

현장 취재기자들은 30~50미터 높이로 드론을 띄운다고 군사지역이 노출되거나 외부비행체로 인식돼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은 거의 없다며 사전 승인 절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한 눈에 보여주기 힘든 재난 현장이나 수많은 군중이 모여있는 현장에서 드론을 띄우지 않은 매체는 ‘바보’가 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사전 승인 절차를 밟는 것은 취재윤리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게 대다수 사진 기자들 생각이다.

취재윤리와 별개로 이번 대상 수상작은 드론을 이용한 사진 촬영이 현장 보도 사진에서 일반화됐다라는 것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을 포착하고 싶은 욕망에 더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론을 띄워 사진을 찍은 것이 보도 사진의 기법이 됐다.

돼지 살처분 현장을 보여주는 게 과연 보도 사진 저널리즘 가치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도 나온다. 한 사진 기자는 “살처분하는 현장을 잘 포착한 사진”이라고 평가했지만, 반대로 ‘삶의 경계에 놓인 생명을 빼앗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상을 받은 자격이 있나’라고 되묻는 독자들도 있다.

▲ 제56회 한국보도사진상 대상작.
▲ 제56회 한국보도사진상 대상작.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스팟, 제너럴뉴스, 피처 등 총 11개 부문에서 전국 신문, 통신사, 온라인 매체 사진 기자가 지난 한해 동안 취재한 보도사진 출품작 500여점 중”에 엄선했다고 했지만 독자들의 평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안주영 한국사진기자협회 협회장은 “당시 드론으로 촬영을 했을 때 정부 당국에서 제지한다는 공지가 없었고 신문들이 사진을 쓰고 나서 사전 승인 절차 안내가 나왔다”며 “기자들이 민통선 안에 들어가서 선을 넘은 게 아니다. 파주 현장은 아파트도 있고 농가도 있어서 군사지역이라고 인지하지 못했고, 명확한 기준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안 협회장은 살처분 사진 주제에 “잔혹한 사진이라고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협회에선 40여 명의 심사위원(각 매체 사진 부장 및 사진 관련 타 단체 협회장)이 심사기준에 따라 점수를 주고, 가장 최고점이 대상작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대상 수상작 뉴스1 유승관 기자는 “데스크 지시로 드론을 가지고 현장에 갔는데 비행금지 구역 사실은 알았지만 휴전선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지정돼 있었고 군사 훈련 시설이 있거나 군 부대가 있거나 그런 게 아니어서 데스크에 보고해 승인 하에 농장지역만 한정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독자들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잔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예전엔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서 생매장시켰는데 가스 주입으로 바뀌었구나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했고, 뉴스벨류 등 포함해서 사진기자협회에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 사진 기자는 “한해 동안 가장 뜨거웠던 뉴스의 현장을 담아 시대정신을 구현하거나 결정적 순간을 잘 담아냈는지가 한국보도사진대상의 선정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대상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을 막기 위해 살육처리하는 인간의 잔혹함을 담아낸 사진으로 해석할 수 있고, 구도적으로도 훌륭한 사진이다. 다만 비행금지구역에서 찍은 사진이 대상 자격이 있는지 논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드론 사진은 현장에선 사전신고 없이 찍으면 불법이 돼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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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2-13 14:09:12
나는 법 위에 있는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드론에 관한 법을 따로 원한다면, 국회의원을 잘 뽑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