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엘리트 패닉
재난과 엘리트 패닉
[ 김동원의 연구노트 ]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카트리나는 비록 자연재난이었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 요인은 따로 있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보도 참사와 공권력 남용이 그것이었다. 뉴올리언스 이재민 6만명 이상이 대피한 슈퍼돔은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었다. 전기는 끊겼고 물공급과 환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취재 접근조차 힘든 슈퍼돔 내부의 상황을 폭력과 범죄의 현장으로 보도한 언론들이었다. 슈퍼돔만이 아니었다. 폐허가 된 지역에서 약탈, 총격전, 방화, 강간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인종 갈등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한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군 병력까지 투입했다. 허리케인은 자연재난이었으나 무책임한 언론보도와 과도한 공권력 남용은 사회재난을 초래했다.

▲ 2005년 5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다. 이 허리케인은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6번째로 강했다. 사진=pixabay
▲ 2005년 5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다. 이 허리케인은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6번째로 강했다. 사진=pixabay

 

재난 상황은 절차와 형식의 완결성을 우선시하는 관료제 조직을 뒤흔든다. 일상에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관료제 업무방식은 재난의 우발성과 비예측성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귀결되기 쉽다. 예컨대 재난이 닥쳤을 때 고위층 관료들은 정확성보다 빠른 보고만을 요구하고 다시 상부 보고를 위한 성과 중심의 조치를 독촉한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학자들은 ‘엘리트 패닉’(Elite Panic)이라 부른다. 재난이 닥쳤을 때 공황에 빠지는 이들은 시민이 아니라 정부 관료, 언론사 간부와 같은 엘리트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 헐리우드 영화에서 본 듯 한 폭동과 아노미 현상을 상상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상호부조 행동이나 차분한 대응보다 자신들이 우려하는 현상에만 주목하는 관료들이 어떤 파국을 낳았는지 잘 보여준 곳이 바로 2005년 뉴올리언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가? 지난 1월28일 외교부는 중국 우한 교민 수용시설을 천안으로 검토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30여 분만에 철회하고 다음 날 아산과 진천으로 결정을 번복했다. 문제는 보도자료 배포 전 중앙일보가 오전 11시에 수용시설이 천안으로 결정되었다는 ‘단독’ 보도를 내면서부터였다. 다른 언론사들이 보도자료 배포 전임에도 이 기사를 받아 쓰면서 천안 시민의 반발을 촉발시켰다. 다시 수용시설이 아산과 진천으로 확정되자 해당 지역민의 반발 또한 뉴스가 되었다. 물론 교민 수용시설의 결정이라는 민감한 문제의 보도자료를 번복한 관계 당국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천안, 아산, 진천 지역민의 반발을 초래한 당사자는 바로 언론이었다. 촉박한 시일에 쫓겨 서두른 관계 당국, 사실 확인과 취재 없이 비공식 경로로 입수한 정보로 단독 경쟁에 나서는 언론 모두 관료제 성격이 강한 대표적인 조직이다. 

▲ 지난 2월10일 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이날 롯데몰·롯데피트인 등 총 7개 점포 영업 종료 후 출입분, 에스컬레이터, 매장 등 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 연합뉴스
▲ 지난 2월10일 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이날 롯데몰·롯데피트인 등 총 7개 점포 영업 종료 후 출입분, 에스컬레이터, 매장 등 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재난은 일상적인 출입처와 특정 사건 중심의 보도와 달리 시민 모두가 당사자가 되는 예외적 상황이다. 이런 경우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과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속보성보다 정확성과 원인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언론이 감염증 확산 방지 대책과 시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그 메시지는 정부를 대상으로 하지만 동시에 개인과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당연히 지금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감시와 비판는 중요하다. 그러나 단독 경쟁과 받아쓰기 보도, 사실 확인이 없고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는 보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확산된다. 시민 모두가 당사자인 이번 사태에서 언론은 과연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자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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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2-16 14:22:38
언론도 이슈 키우기보다는 같이 빠른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국민도 공공기관 적자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 안전시스템은 많은 돈과 인원이 필요한데, 공공기관 수익만 따진다면 예산(예비 진단키트)/인력(검역관) 절감밖에 답이 없고, 이에 대한 피해는 국민이 다 본다. 노동에서도 근로감독관이 부족해서 재빨리 심사하다가 오류가 생기는 게 첫 번째라는 걸 노동자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