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2020년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연구반을 구성해 마련한 가이드라인으로,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 KT·SKB·LGU+)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 네이버·유튜브·넷플릭스 등)의 이용자 보호 의무,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 불공정행위 유형 등이 담겼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망 이용계약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인터넷망 이용대가의 인상 요구 시 그 사유를 제시해야 하며 △계약의 불합리한 지연·거부, 특정 계약 내용 강요 등을 불공정행위로 판단하며 △ISP와 CP는 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방지에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해관계자 별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성명을 내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가이드라인 제정절차를 중단하라”며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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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허욱 위원은 “망 이용 대가는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원칙과 절차를 정하고 계약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파워로 사실상 국내 망을 공짜로 쓰는 해외 CP에게 시정을 촉구하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여전하다. 시민단체는 망중립성을 지적하며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국내CP는 가이드라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CP를 옥죄는 역효과 우려도 있다”고 전하면서 “시장 현실을 보면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CP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LTE 기준 상위 10개 사업자 중 67.5%를 차지하고 있다. CP망 이용 대가가 포함된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전체 매출액은 2011년 5705억원에서 2017년 4050억원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해외CP들의 ‘망 무임승차’를 주장했다. 

허 위원은 “현재 민간 ISP사업자가 인터넷망에 투자하고 있다. 인터넷망에 공적 성격이 있지만 사적 재원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한 뒤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분명한 합의도 존재하지 않고 법령 규제가 아닌 행정 규제여서 (가이드라인이)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CP들이 그동안 자신들만의 기준을 내세워 협상을 끌거나 무시해온 사례를 감안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인 시장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미흡하지만 기준을 마련한 것에 의미가 있다. 해외CP는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것이란 업계 우려를 잘 살펴서 해외CP의 가이드라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해외사업자를 상대로 한 집행력 문제 해결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인 가운데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향후 해외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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