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부터 민간 팩트체크센터에 지원하는 예산을 두고 오용될 우려가 있다며 지원하되 독립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 회의’(전문가 회의, 위원장 이재경)와 함께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토론회를 열었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 회의’(전문가 회의, 위원장 이재경)와 함께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 회의’(전문가 회의, 위원장 이재경)와 함께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전문가 회의’는 방통위가 지난 6월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에 관한 정책적 제언을 받기 위해 학계와 업계, 시민단체, 분야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기구다.

토론자들은 “방통위가 민간 팩트체크센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오용될 위험이 없는지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202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확정했는데 이 가운데 팩트체크센터 지원 예산 6억1000만원을 ‘인터넷 신뢰도 기반조성사업’ 명목으로 편성했다. 방통위 예산안에 없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요구로 반영했다.

▲ 2020년 방통위 예산 가운데 통신부문 예산 항목. 맨 아래가 팩트체크 예산. 사진=방통위 제공
▲ 2020년 방통위 예산 가운데 통신부문 예산 항목. 맨 아래가 팩트체크 예산. 사진=방통위 제공

[관련기사 : 방통위 ‘팩트체크 센터’ 예산 6억 지원 확정]

[관련기사 : 정부가 지원하는 ‘팩트체크’ 적절한가]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장은 “오용될 위험이 없는지 경계해야 한다. 민간 팩트체크센터는 정치·경제로부터 독립돼 불편부당해야 한다. 사실 여부를 판정해야 하는 일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게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팩트체크 공인 기구인)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팩트체킹 자동화 시스템이든지 허위정보를 억제하기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에는 지원할 수 있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건 팩트체크의 본질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도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가 돼야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불편부당한 팩트체크센터가 되길 희망한다. (정부지원을 받더라도) 중립적인 기관이 돼야 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방통위는 독립적 운영을 약속했다. 김영주 방통위 인터넷윤리팀장은 “정부는 팩트체크센터 등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할 선순환 구조가 확보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센터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사진=이치열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사진=이치열 기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이다.

정은령 센터장은 “당장 성과가 안 나더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보통 사람 중에서도 발언권이 큰 사람이 먼저 교육받아야 한다”며 “허위정보는 딥페이크 등 텍스트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 플랫폼, 기업, 학계 등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에 허위정보를 가려내게 강제하는 규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인터넷 사업자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 김재환 정책실장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많은 걸 요구해 해결책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 기술과 플랫폼이 허위 조작정보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터넷 실명제 이후 악성 댓글이 줄었는지 조사해봤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등 사전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 회의’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얻을 목적으로 다른 정보 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생산·유포한 모든 정보”라고 규정하자고 밝혔다.

정은령 센터장은 “대통령부터 공무원, 유력 정치인까지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는데 그러면 안 된다. 유럽은 공문서에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닌 정보에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입히면 언론 보도의 신뢰가 무너진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언론 보도나 명백한 진실조차도 자신의 견해와 다르면 가짜뉴스로 낙인찍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좌절하는 건 제대로 검증 보도하는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