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팩트체크 센터 설립 및 지원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으로 ‘민간 팩트체크센터 설립예산’ 6억1000만원 편성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방통위 예산안에는 없던 내역을 국회 차원에서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관련 예산 심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음모론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언론에서 이를 검증하는 ‘팩트체크’가 대안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팩트체크는 정치인의 주장, 언론보도 등의 진위를 검증하고 검증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보도다. 

팩트체크 관련 지원 정책은 2018년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문재인 정부 허위조작정보 범정부 종합대책 초안에 등장한다. 논란 끝에 종합대책은 폐기됐으나 최근 정부여당에서 ‘팩트체크 지원’ 카드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장이 지난 10월 발표한 허위조작정보 대책 최종안에도 ‘팩트체크 지원’ 정책이 등장한다. 최종안은 “언론진흥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민간 자율 팩트체크 인증기구에 지원하고 인증기구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운영을 통해 인증 및 지원관리를 담당하는 100% 민간 자율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임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호응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허위조작정보 대책으로 팩트체크 센터 설립을 통한 자율규제 방안을 제시하며 “기존에 있는 팩트체크 기관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민간에서 팩트체크 센터를 만들 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SNU팩트체크센터가 활동하는 가운데 방송기자연합회, NCCK언론위원회 등에서 팩트체크 기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연합 팩트체크 기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방통위가 팩트체크 센터 예산을 공식화하면 이들 기관 가운데 일부를 지원하거나 설립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팩트체크는 불편부당성을 강조해도 공신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 팩트체크 대상은 정부 정책 등 현안인 경우가 많은데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이상 팩트체크 주제 선정 및 검증 과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권 성향에 따라 능력이 부족한 친정부 단체를 지원할 우려도 있다.

지난해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은 “팩트체크를 하는 민간 전문기구를 (방통위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제가 그런 지원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게 진실이다 아니다’ 여부를 우리가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  팩트체크 인증기관 IFCN 홈페이지 갈무리.
▲ 팩트체크 인증기관 IFCN 홈페이지 갈무리.

팩트체크 기구의 ‘인증 기관’ 역할을 하는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불편부당성과 공정성’ ‘’자금과 기관의 투명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인증 심사 과정에서 비당파성과 재정독립성·투명성 등을 필수적으로 검증한다. 국내에는 인증을 받은 기관이 없는데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와 협업 언론사들이 독립성, 투명성 등 강령을 마련해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일 워크숍 참석차 방한한 IFCN의 바이바르스 오르섹(Baybars Orsek) 디렉터는 “정부여당으로부터 펀딩을 받고 사무실을 지원받은 기구의 신청을 거절한 사례가 있다. 특정 정당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 저널리즘은 당파적 성격을 가질 수 있지만 팩트체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팩트체킹 기관을 세우고 지원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거대 언론기관이 돈이 될 거 같아 팩트체킹 영역에 들어오려는 것 역시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대책과 관련 “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서 특정 민간 센터를 지원하게 됐을 때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국제 공인을 받은 단체 등 명확히 검증된 곳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BS와 EBS에 방통위 편성 예산이 들어간다고 편파성 문제가 제기되진 않는다”며 “해외와 달리 한국의 기업 펀딩은 국가지원보다 더 목적성이 강하고, 시민사회의 자발적 지원은 허약해 마중물 성격의 국가지원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인터넷윤리과 관계자는 “국회 심사 단계에서 제안이 들어온 예산이다. 심사 중이라 통과 여부가 불분명하고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 통과 후에야 현실적인 검토를 할 수 있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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