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엠넷 ‘프로듀스101’ 조작사건 관련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안준영·김용범)들이 공모해 위계로 피해자 CJENM의 아이돌 그룹 선발 및 데뷔, 육성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이 사건은 안준영·김용범PD 등 제작진 개인의 일탈이며, CJENM은 피해자라는 의미다. 그러나 ‘프로듀스101’ 시즌1 최종화에서 또 다른 제작진에 의해 ‘I.O.I’ 데뷔조 순위가 뒤바뀌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CJENM 차원의 구조적 문제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안PD는 2016년 2월 ‘프로듀스101’ 시즌1 1차 선발대상자를 선발하면서 투표결과를 조작해 61위 안에 있던 연습생 A·B를 61위 밖으로 보내고, 61위 밖에 있던 C·D를 61위 안으로 올린 뒤 조작된 투표결과를 모르는 방송관계자들에게 건네줬다. 시즌1과 관련한 안PD 혐의의 전부다. 

미디어오늘이 안준영PD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이유서를 확인한 결과 2016년 4월 경 ‘프로듀스101’ 시즌1 제작진은 마지막 생방송에서 시청자들에 의한 사전 온라인투표 및 생방송 문자투표(4차 투표) 결과와 다르게 투표결과 득표수를 조작해 데뷔할 수 있는 순위인 11위 안에 있던 A연습생을 순위 밖으로 내보내고, 11위 밖에 있던 B연습생을 순위 안으로 넣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안PD 공소장에는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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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안준영PD(가운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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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오아이(I.O.I). ⓒ엠넷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피의자(안준영)가 프로듀스101 시즌1 메인PD인 사실, 최종적인 데뷔 멤버 선정을 위한 마지막 생방송에서 실제 투표결과집계와 다르게 A와 B의 순위가 바뀌어 결국 B가 프로듀스101 시즌1의 그룹인 아이오아이(I.O.I)로 데뷔해 활동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피의자(안준영)는 당시 자신은 생방송 중계자여서 촬영분을 편집해 방송 송출 업무를 보고 있었고, 투표결과집계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집계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극구 부인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당시 프로듀스101 시즌1 프로그램을 총괄 관리하고 있던 한○○ 전 CJENM CP, 박○○ 메인작가 역시 투표결과집계는 자신들이 했고, 피의자는 투표결과집계 업무와 무관하다고 진술해 피의자의 변명에 부합한다”며 안준영PD의 시즌1 최종 데뷔 조 조작 건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냈다. 데뷔조 조작은 있었지만 안PD의 혐의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시즌1 ‘I.O.I’ 멤버부터 시즌4까지 모든 시즌에서 데뷔조 조작이 있었다는 대목이 갖는 맥락은 가볍지 않다. 소수 PD의 개인 일탈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사와 방송사 간 이해관계 속에 순위는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스101 진상규명위원회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태환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소 내용 중 일부 불기소된 사건이 있어 불기소이유서를 확인한 결과 시즌1 최종화에서도 데뷔조 1명의 순위가 변경된 것이 드러났다”며 “시즌1부터 데뷔조를 조작한 점에 비춰 봤을 때 처음부터 (방송을) 제대로 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시즌1 담당CP 등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검찰에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JENM. ⓒ연합뉴스
▲CJENM. ⓒ연합뉴스

프로듀스101 시즌2·3·4 진상규명위원회는 미디어오늘에 “한○○ PD는 프로듀스 시즌1 메인 PD였던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 결코 책임이 가벼울 수 없다. 수사 기관에서는 한PD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CJENM이 언급한 진정한 책임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CJENM은 하루빨리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엠넷 관계자는 “불기소이유서를 아직 못 봤다.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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