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의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신문 활용도’가 가장 높은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신문 구독 스타일이 그만큼 철저하고 세밀하다는 것이다. 가판은 물론 조간지 서울시내판, 석간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대통령의 기상시간은 일정치 않다고 한다.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에 기상하지만 전날 업무량에 따라 가변적이다. 김 대통령의 기상과 함께 조간지는 물론 경제지, 영자지까지 관저로 배달된다. 김 대통령은 대개 이 가운데 한 신문을 특정해 ‘정독’하고 나머지 신문은 제목과 사설 등을 훑어보는 수준.

정독하는 신문은 일정치 않고 번갈아 본다. 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는 “참고할만한 보도라고 판단될 경우 비서진에 스크랩을 지시하고 본인이 직접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설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밑줄까지 긋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해당 신문이 그냥 다시 나오는데 부속실 직원들은 대통령이 어느 대목에 줄을 그었는지 다른 비서진들에게 참고 사항으로 귀뜸해주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인상에 남는 대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공식 행사 간담회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정도 철저히 신문을 읽는지 증명하는 일화 하나. 지난 8월 24일 취임 6개월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김대중 대통령은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한 신문의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고 공보수석실에 알려왔다.

1년간 대만에서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 1000만명인데 10만명으로 잘못 나왔다는 것. 미처 공보수석실도 체크하지 못했던 내용을 정정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경우 어느 대통령 보다 가판에 관심이 많다. 만찬이 끝난후 오후 7시 30분을 전후에 관저로 돌아와 다음날자 조간 신문 가판을 정독한다. 특히 가판과 본판을 체크해 달라진 정책, 기업 관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신문 제작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8시뉴스는 물론 9시 뉴스도 챙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방송 뉴스를 유독 즐긴 것으로 유명한데, 김 대통령도 방송 뉴스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8월 한 영자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우연히 공보수석실 영상촬영팀에 의해 포착돼 해당 신문사에서 홍보용으로 쓰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특정 신문사 광고에 등장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실무진의 판단도 주요한 이유였지만 본인이 ‘매체 차별’을 유독 경계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다른 신문에 비해 자주 보는 신문이 있지만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 있다”며 해당 신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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