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 총장을 접대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덮었다’는 내용의 한겨레 보도 당일인 지난 11일 취재기자 뿐 아니라 ‘보도에 관여한 이들’까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 총장이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자 서부지검은 사건을 경찰에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 사건팀 외부단원들은 21일 ‘검찰총장 개인 명예훼손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에서 “검찰과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하는 이례적인 검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했다. 

서부지검 형사4부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조사단원들을 참고인 조사하는 등 소위 ‘취재원 색출’에 나서는 모양새다. 외부위원들은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 여부는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씨 전화번호부, 다이어리 등과 면담보고서, 최종보고서에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며 “면담보고서에 기재된 윤 총장 관련 부분 사실 여부나 면담보고서 작성 경위는 이번 고소 사건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우회한 채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노컷뉴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노컷뉴스

이번 검찰 수사가 검찰개혁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외부위원들은 “검찰 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피해회복이라는 검찰개혁 취지를 짓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자가 언론사를 고소하는 것이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외부위원들은 “상명하복 체계에 속한 검사들이 수사한다는 건 결론을 정하고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검찰총장 개인 사건에 검찰 수사권과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오픈넷 역시 21일 “검찰총장이 직접 고소를 하고 그 부하 직원들이 수사를 진행할 경우 ‘하명수사’, ‘선택적 정의’, ‘이해 충돌’ 등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며 “피해 구제나 잘못된 언론활동에 대한 제재는 정정보도청구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데 국가의 공권력 개입,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픈넷은 이런 행위가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의 행위를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의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함부로 있어선 안 된다는 게 국제기준(UN 인권위원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 제38항)이다. 또 명예훼손죄에 대해 UN 자유권위원회 등 인권기구에선 ‘평판이 훼손됐다고 그 훼손의 단서가 된 발언을 한 사람을 인신구속까지 하는 것은 비례성(not a proportional remedy)에 맞지 않아 민사손해배상으로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 권고를 해왔다. 이에 근거해 오픈넷은 “윤 총장이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지난 18일 “검찰과 함께 언론이 지금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고 해도, 검찰총장이 언론을 고소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물쇠를 여는 것과 같다”며 “앞서 많은 보도에 있어서 청와대가 언론중재위원회를 선택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고소취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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