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생활 1년 동안 여러 일을 겪었지만 이번과 같이 참담한 경우는 처음이다.
회사가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한 약속어음을 부도 처리한 것이다. 아무리 상황을 돌려 생각해봐도 상식과 도리를 무시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는 98년 1월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6개월치의 위로금 외에 차장 이상 간부는 2개월, 나머지에게는 4개월의 위로금을 1년후(99년 1월 31일) 찾는 약속어음으로 지급했다.
그러다 상황이 변했다고 추가 위로금을 반납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퇴직 사우의 명퇴금을 전액 부도낸 것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초 이와 관련, 퇴직자에게 명퇴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내용증명의 편지를 보냈다. 그 명분은 98년 1월 이후 퇴직자나 분사(分社)자들은 위로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당시 퇴직자(정확히 표현하면 권고 퇴직)를 모집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위로금 지급이라고 밝혔으며 분사 대상자들은 어느 정도 회사의 배려를 받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일부 위로금의 반납은 퇴직 사우 개개인의 형편과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지 이를 독촉하거나, 지급한 퇴직금을 부도내 반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일반 상식이나 법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한 사우들은 퇴직자를 두 번 울리는 처사라며 분개했다. 당장 홍사장 집을 찾아 농성이라도 해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비가 간당간당한 퇴직 사우, 이미 할인해 급전을 쓴 사우 등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가 전액을 부도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명퇴금을 찾아 오랜만에 부모 노릇하면서 설을 맞이 하려던 한 퇴직 사우는 부도 지급이라고 찍힌 통장을 보며 내가 보금자리로 삼았던 중앙일보가 이럴 수는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태는 중앙일보와 아름다운 인연을 간직하려는 퇴직 사우의 가슴에 한을 맺히게 하는 일이며 멀리 보면 해사행위라 할 수 있다. 사내 선·후배들에게 무엇이 옳고 바른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의 사우애(社友愛)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선 안된다.

중앙일보는 부도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이와 관련된 인사들을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제발 중앙일보가 이성을 되찾아, 과거 경영의 희생양이 돼 IMF를 온 몸으로 맞고 있는 실직 사우들을 또다시 벼랑으로 내모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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