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회삿돈을 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성기업은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부는 4일 유 회장에게 징역 1년10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당시 유성기업 공장장 최아무개씨와 이아무개(부사장 겸직)씨에겐 각각 각각 징역 1년4개월·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 회장 등은 노조파괴 전략을 창조컨설팅에 의뢰해 24차례에 걸쳐 회삿돈 13억여원을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노조파괴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5차례에 걸쳐 회사자금 1억 5000여만원을 개인 변호사 수임료로 쓴 혐의(동법상 횡령)도 받는다.

천안지원 형사1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노조(아산·영동지회)의 조직‧투쟁력을 약화시키고,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지원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기 위해 창조컨설팅과 계약하고 회사자금으로 컨설팅 비용 합계 13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유시영은 회사의 최종 결정권이자 책임자인바, 그 죄책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회장 등이 “위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돼 재판받게 되자, 회사자금으로 그 변호사 선임료를 지급하게 해 개인 형사사건을 방어했다”며 횡령 혐의도 인정했다.

유 회장의 실형은 앞선 법원 판단에 미뤄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유성기업 등에서 노조파괴를 자문한 혐의로 창조컨설팅 심종두 전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에게 징역 1년2개월을 확정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 임직원도 22일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을 선고하되 형 집행을 유예했다.

노동계와 정당 등 시민사회단체는 환영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범죄에 가담한 원하청, 컨설팅업체에 심판이 이뤄진 셈”이라며 “유성기업 노동자의 끝나지 않은 고통과 투쟁에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노조파괴를 묵인방조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적극 개입한 정부 책임을 묻는 진상조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등은 유시영 회장 1심 선고 직후 대전지법 천안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사진=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금속노조 유성지회 등은 유시영 회장 1심 선고 직후 대전지법 천안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사진=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유성기업은 선고 직후 언론에 판결을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유성기업 측이 복수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과 관련 보도를 보면, 유성기업은 “(이번 선고는) 노동계의 집회와 기자회견 등 인위적 여론 조작에 의해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된 결과”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유성기업은 그 근거로 “창조컨설팅에 지급된 비용은 2011년 당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적법한 자문료와 직원 대상 교육비다. 대법원이 이미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적법행위라 확정한 사안”이라며 “일자부재리 원칙에도 반하는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에 맡긴 ‘자문’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유 회장이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통해 직장폐쇄와 제2노조 설립 등 방법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유 회장 등의 배임‧횡령 판결은 이를 기초로 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교육비’를 두고도 기존 법원 판단을 강조했다. “법원은 (앞선 유 회장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실제 위 교육의 필요성보단 제2노조가 충분한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산지회 세력에 의해 조합원 확보에 지장이 생길 것을 염려해 아산지회의 복귀를 최대한 늦춰 아산지회가 유성기업노조 세력을 잠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보인단 취지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의 구속에도 사측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배임‧횡령 혐의를 부인하면서 유성기업 노사갈등도 매듭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비롯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끝장내기 위한 노동자와 시민 일동’은 “오늘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있었다. 노동부와 충남도, 아산시, 종교계까지 요구했지만 유성기업은 끝내 노조파괴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시영 회장은 노조파괴 행위를 일체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유성기업 측은 미디어오늘에 “유성지회가 2016년 회사를 상대로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해 검찰이 불기소처분하고, 이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법원이 유 회장의 노조파괴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높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그 판단도 일사부재리에 어긋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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