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6박8일과 문재인의 ‘영감’
북유럽 6박8일과 문재인의 ‘영감’
[손석춘 칼럼]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을 돌아보고 귀국했다. 6박 8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은 ‘피오르드 관광’이라 언죽번죽 빈정댔지만, 제 ‘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꼴이다. 

현직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을 떠나는 날, 나는 정치인 문재인이 무엇보다 많이 둘러보고 오기를 기원했다. 순방에 호의적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슬로 구상’과 “평화는 핵이 아닌 대화로 이룰 수 있다”는 ‘스톡홀름 제안’으로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내가 더 눈여겨본 대목은 문 대통령이 스웨덴 살트셰바덴에서 언급한 “한국의 경제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대통령은 “성숙한 정치문화, 안정된 노사관계, 세계적 수준의 혁신 경쟁력과 복지제도를 갖춘 스웨덴은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되는 선진국”이라며 한국은 스웨덴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15일(현지시간) 오전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정상회담 전 환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15일(현지시간) 오전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정상회담 전 환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스웨덴 노사관계와 교육 현장을 두 차례 들여다보고 온 나로서는 문 대통령이 말한 “많은 영감”이 단순한 ‘외교적 언사’가 아니라고 믿는다. 문제는 그 영감의 구현이다. 새로운 구상을 하기엔 6박8일은 짧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소중한 미덕은 언제나 결단이다.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살트셰바덴은 “오늘의 스웨덴이 있게 한 곳”이다. 그곳에서 노동과 자본은 대타협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노사대타협 정책은 스웨덴과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다. 만일 그것이 대통령의 의도가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큰 그림으로 현실을 짚어야 옳다. 

나는 촛불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박근혜의 만행을 왜 되돌리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법적 판단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예 그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권 2년이 더 지났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에 민주화에 앞장서온 원로 300여명과 사회단체 1600여 곳이 전교조 창립 30돌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외노조라는 해괴망측한 전교조 탄압’을 바로잡지 않으면 ‘타도 운동에 앞장 서겠다’는 재야원로 백기완의 시퍼런 다짐도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참모의 반응은 한없이 가벼웠다.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단다. 한국당이 몽니부리는 국회를 몰라서 하는 말인가? 물론, 법 개정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 

북유럽에선 초‧중‧고 학교에서 노동 3권을 비롯해 노동교육을 한다. 한국에서 어느 교사가 그런 교육의 절반이라도 시도할라치면, 전국기간제교사 노조를 만든 박혜성 교사가 ‘우리도 교사입니다’ 책에서 낱낱이 증언하듯이 계약 해지를 당한다. 그게 날 선 교육현실이자 노동현장이다.

작금의 언론과 교육을 그대로 두곤 ‘북유럽의 영감’은 영글기조차 어렵다. 한국인 대다수가 노동의 권리를 자신과 무관하게 여긴다. 그 상황에서 전교조의 간절한 요구엔 모르쇠를 놓고 민주노총에만 양보를 강요하는 모양새로는 대타협을 이룰 수 없다. 

▲ 지난 6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6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북유럽 영감을 구현하려면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개혁과 노동개혁은 다르다. 그 접점에 전교조가 있다. 허물없는 정치인 없듯이 흠결없는 단체는 없다. 교육과 언론을 통해 줄곧 마녀사냥 당해온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촛불정부의 우군으로 삼아야 옳다. 

나는 대한민국의 이상이 북유럽이라고 믿지 않는다. 우리와 조건도 다르다. 하지만 북유럽이 대한민국보다 더 나은 체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유럽이 노사대타협을 통해 오늘의 복지국가를 이룬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노사 사이에 힘의 균형이다.

지금은 기회다. 방안도 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가 새 출발일 수 있다. 정치인 문재인의 대통령임기가 북유럽 순방을 전환점으로 달라지기를 이 땅의 민중과 더불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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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암 2019-06-19 20:58:55
글쎄 국내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한가하게 외유? 뜬금없는 평화논의 어쩌구저쩌구? 참 한가하구 여유있는 지도자네? 아무리 진보 좌파들 지지받는 대통령이라해도 국민통합 차원에서 보수의 지지도 받을 수 있어야 국민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 이 될 수 있지. 좌파진보들에 둘러쌓여 정신 못차리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믿없지 않게 생각하니 생각의 폭, 배려의 폭, 마음의 여유, 특정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펼치는 대통령이기를 국민들은 갈망하는데 이니는 자신의 장단만 맞추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이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도다. 대통령되려고 빚진 것도 많겠지만 아닌거까지 다 갑으려다가 망가지마세요. 조급증 덜고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하면 다 이해해줄겁니다. 제발 국민이 원하는시야를 넓게 보세요

평화 2019-06-19 14:09:12
개인적으로 그대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급진적인 면에서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유럽은 오랜 산업화와 민주화 기간을 겪었다. 그만큼 국민도 아팠고, 뭐가 우선순위인지를 대부분 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진적인 산업화를 해냈다. 그 이면에는 빈부의 격차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타이틀도 숨어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매뉴얼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철을 담금질해서 단단한 검을 만들고, 여러 판례를 모아서 촘촘한 법을 만들듯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중국을 보라. 중국도 급진적인 산업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취약계층이 희생당했는가. 독재에 그늘에서 벗어난 지 별로 되지 않았다. 단단함을 다지는 기간이 필요하다.

국민 2019-06-19 14:06:32
폴리페서 손석춘~ 민노총-전교조 대변자네~~ 문재인이 당신보다 못한가?? 가르치려 하네!!! 이런 글 쓸 시간에 비싼 학비내는 제자들을 위해 연구를 더 하고 공부를 더 하지...문재인이 당신보다 훨~ 똑똑해 보이는데.. 미오는 민노총 기관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