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이 MBC PD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뒤 정보기관원들의 언론사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지금까지 운영해온 언론전담팀을 이번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80여명 규모의 언론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서울지역 언론인과 언론사 전반에 대한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확인된 국정원 언론전담팀은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 산하에 대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 가운데 한 부서에 소속돼 있다. 언론전담팀은 언론단장을 중심으로 신문과와 방송과로 나눠져 있으며, 각 언론사를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 대부분이 이곳에 속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KBS, MBC에는 각각 2명씩의 전담요원을 배치하고 있으며, SBS와 다른 중앙일간지에는 1명의 전담요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에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두 차례 정도 세곡동에 있는 본청으로 들어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계 또는 언론인들의 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들과는 별개로 언론전담팀 내에 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정원 언론전담팀 직원들은 매일 또는 수일 간격으로 담당 언론사 내부의 정보나 동향을 보고서로 작성해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또 각종 정치적 현안이나 민감한 사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사 간부들이나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해서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과거처럼 언론사를 직접 출입하지는 않지만 주로 언론사 밖에서 언론인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등급별로 분류한 뒤 주요 정보는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된다.

하지만 최근 MBC PD에 대한 폭행사건처럼 국정원의 언론사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은 언제든지 언론보도에 대한 간섭과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언론전담팀의 조직과 활동 전반에 대해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언론사별로 전담자를 두면서까지 언론사 내부 정보나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많기 때문에 언론사별 전담자 배치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인들이 지금까지 정보기관원들을 만나거나 이들이 언론사를 출입하는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던 ‘관행’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찰청과 서울시경의 전담자들도 언론사를 상시적으로 출입하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대부분 언론인들과 지연과 학연 등으로 연결돼 있고, 일부 기자들은 이들을 (해당사) ‘출입기자’라고 호칭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정보기관과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있어서는 안될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MBC가 27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보도나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보기관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해 주목된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기관원들이 상시출입을 하면서 보도를 통제하려고 하는 의도가 이번 폭행사건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왔던 기관원들과의 접촉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방송사 관계자도 “국정원이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언론사를 상대로 정보수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저변에 언론사를 통제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앞으로 정보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협조를 받거나 요구할 것이 있다면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되고 언론사 또한 원칙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측은 언론사에 대한 정보수집과 관련해 “통수권자의 경우 올바른 정책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의 수집이 필요하고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정원”이라면서 “언론에 대한 정보수집도 그 목적이 언론인이나 언론사에 대한 사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정수행을 위한 정보수집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측은 “국정원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도록 돼 있고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은 모두 언론사를 상대로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은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