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던 범죄 혐의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관련기사들은 인터넷에서 삭제돼야 하는가? 1996년 말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아가동산’ 사건에 대해 최근 당사자인 김기순씨가 언론사에 인터넷상에서 검색되는 관련기사의 삭제를 요청해 이의 수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지난 98년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각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관련기사를 모아 명예를 훼손한다며 종합일간지와 통신사에 관련기사 삭제 요청을 통고했다.

김기순씨는 이들 언론사에 대해 △김씨가 최모씨와 강모씨를 폭행해 죽이고 강모씨를 아가동산에 매장하는 등 살인 및 사체유기를 했다는 내용 △아가동산이 사이비 종교집단이고, 김씨가 그 교주라는 내용 △김씨가 아가동산의 재산을 빼돌려 가족명의로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내용과 각 내용을 미루어 알 수 있거나 암시하는 내용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고, 15일까지 결과를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언론계 내에서는 “확정판결이 난 만큼 법적 분쟁으로 가면 언론사가 불리하므로 삭제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판결 여부를 떠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의 기록들을 통째로 삭제하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찢는 것과 같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실제로 경향신문, 문화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5개 신문사와 연합뉴스에서는 법원 판결기사 등을 제외한 아가동산 관련기사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국민일보, 대한매일,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은 아직 관련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 대리인인 안상운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기사를 웹 사이트에 게시했을 경우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관리자가 알면서도 내용을 방치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이미 나와 있다”며 “기사를 삭제하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변호사는 또 “경제지, 스포츠지, 시사주간지, 지방지 등은 물론 PDF상에서의 삭제도 추가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박진열 경영전략실장은 “무죄 판결이 난 만큼 개인의 명예훼손이 확실하므로 관련기사들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김태수 변호사는 “한 번 보도된 것은 삭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받았다는 것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에 기록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변호사는 “인터넷은 배포와 전달방법은 다르지만 신문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며 “무죄 판결 결과에 대해 추후 보도를 충실히 했다면 언론은 책임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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