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역사적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 하지만 최근 <야인시대>는 이런 논란에 ‘특정인물 미화’라는 부분까지 겹쳐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A방송사 PD는 “친일파 논란이 있는 인촌 김성수를 민족주의자로 묘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주인공 김두한을 일제시대 의인중의 한 명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드라마 전개를 보면 여기서 더 나아가 김두한을 거의 독립운동가로까지 격상시키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B방송사 PD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드라마라는 속성상 일정 부분 가공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야인시대>는 왜곡이라고 할 만큼 인물과 역사에 대한 시각이 미화일변도”라면서 “이는 아직 역사의식이 형성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방송계 일부에서는 영화계에 일고 있는 ‘조폭현상’과 이번 SBS <야인시대>의 ‘조폭신드롬‘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조폭현상’은 폭력을 미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조직폭력배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야인시대>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역사드라마 장르로 방영한다는 점에서, 김두한과 같은 특정인물을 미화할 경우 단순히 폭력미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문들도 <야인시대>의 이런 문제점을 비판하기보다는 호의적인 시각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좀더 차분한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들이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높다는 점만 부각하면서 ‘역사왜곡’과 ‘폭력미화’라는 부분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일자 동아일보 사회1면에 실린 <‘김두한의 밤’ 어젯밤 SBS 드라마 ‘야인시대’ 전국 열풍>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한 사회학과 교수의 말를 인용하면서 이런 신드롬의 배경을 ‘정치권과 달리 깨끗한 승부세계’라고 진단해 이런 ‘미화현상’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이와 관련, 한 신문사 기자는 “그동안 방송이 시청률에만 집착한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던 신문이 시청률이 높다고 열풍이 일고 있다고만 보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좀더 차분한 자세가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