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7월1일 0시, 중국의 땅 홍콩이 영국의 지배로 들어간 날로부터 1백55년만인 이 시점을 기해 홍콩의 주권은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귀속됐다. 이 역사적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홍콩으로 달려갔고 우리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홍콩관련 보도에서 제국주의 식민정책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홍콩 반환’이냐, ‘홍콩 회귀’냐는 용어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 언론은 대부분 “영국의 식민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환’이라고 보도하느냐 또는 ‘회귀’라고 보도하느냐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입장에 서서 보도하고 있는가를 재는 하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반환’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과거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를 가졌던 처지에서 보면 당연히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본래 소유하고 있던 주권을 되찾았다는 의미에서 ‘회귀’ 또는 ‘회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중국은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회수’하는 것이고 홍콩은 중국에 ‘회귀’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만을 본다고 해도 ‘반환’은 ‘(받거나 빌린 것을) 도로 돌려준다’는 뜻이고, ‘회귀’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런 용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 주로 ‘반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때로 중국과 홍콩 주민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기사에서는 ‘회귀’라는 말을 사용하는 등 일관성조차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일본 침략에 의한 식민지의 아픔을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역사적 사건을 보다 신중하게 보도하고 제국주의 식민정책에 대한 평가도 뒤따라야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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