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의 언론쇼.’ 지난 1일 0시(현지 시각)를 기점으로 영국에서 중국으로 ‘국적’이 바뀌는 홍콩의 회귀 현장을 두고 기자들이 붙인 수사다.

이 역사적 현장엔 6월15일부터 주권회귀식이 있었던 1일까지 7백78개 언론사 8천4백여명의 보도진이 몰려들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백16명의 보도진이 파견됐다. 주권회귀식은 우리나라 TV3사를 비롯 전세계 방송사가 생중계했으며 미국의 ABC, NBC, CBS 등은 아예 간판 앵커들을 현지에 보내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20세기 최대의 언론쇼답게 홍콩 당국의 프레스센터 운영도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게 우리나라 기자들의 평가다. 컨벤션센터 7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는 프레스카드 발급 업무에서부터 우체국, 카페테리아, 기사전송시설까지 취재편의를 빈틈없이 갖추었다고 한다.

특히 담당 장관이 브리핑 주제와 관련된 현장을 직접 안내하며 설명하는 ‘투어 브리핑(tour briefing)’ 코너는 기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홍콩 당국은 회귀 이후에도 홍콩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점을 전 세계 언론에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주권이 바뀌는 와중에도 홍콩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등 이 기회를 해외관광객 유치에 이용하는 발빠른 모습도 보였다.

기자들은 이 역사적 현장을 취재한 사실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제국주의가 아시아에서 청산되는 현장, 중국이 세계대국으로 출발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기자생활을 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콩의 취재현장은 각국 기자들의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8천명이 넘는 세계의 기자들이 한곳에 모여 동일한 사건을 놓고 취재경쟁과 열띤 토론을 벌인 사실은 이제껏 세계 언론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기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자국의 이해득실에 따라 각 나라의 취재각도는 방향을 달리했다. 미국은 세계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카드가 인권문제에 있다고 판단한 탓인지 홍콩의 중국 회귀 이후 전개될 민주화운동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고 일본은 경제대국답게 경제 문제에 취재인력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유럽 각국은 떠오르는 대중화(大中華)의 위력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1국2체제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태도를 보였다. 대만은 홍콩의 정치변화가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나라는 홍콩이 최대의 무역흑자국이었던 만큼 경제전망을 진단하며 기존의 흑자기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홍콩 회귀 현장은 우리 언론의 입장에선 국제보도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 역사적 사건을 보도하는 데 지나치게 수박겉핥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방송의 경우 회귀를 앞둔 홍콩의 표정과 각종 행사를 스케치하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쓴 반면 홍콩 회귀가 우리나라와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 미칠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전망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