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1계급 특진(경감까지), 포상금 1000만원과 상패 수여” 그동안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공동주최하는 청룡봉사상 선발 계획을 통해 밝혔던 포상 내용이다. 포상금은 조선일보가 700만원, 경찰청이 300만원을 부담해 왔다. 하지만 이 상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엔 중복 청원을 제외하고도 4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왜일까.

CBS 노컷뉴스에서 경찰 출입기자 데스크 역할을 맡고 있는 ‘시경 캡’ 조은정 기자는 지난 11일 ‘[뒤끝작렬] 민갑룡 청장님, 청룡봉사상 시상 참석하십니까?’ 기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여론보다 조선일보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민갑룡 청장은 올해 6월 청룡봉사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며 “경찰청에 민원 전화가 쇄도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며칠 만에 수만명이 폐지 청원을 넣고 있지만 민 청장은 여론보다 조선일보의 눈치를 살폈다”고 비판했다.

 

▲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관례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노컷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관례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노컷뉴스

민 청장은 정말로 조선일보의 눈치를 살피느라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올해도 조선일보와 청룡봉사상을 공동주최하려는 것일까. C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최근 이 상을 유지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과 접촉했고, 이 때 전달받은 ‘폐지 반대’ 입장이 이번 강행 결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경찰 고위 간부는 전했다.

 

내부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경찰 간부는 이런 결론이 도출된 이유에 대해 CBS에 “조선일보 측은 경찰이 아닌 다른 공무원도 언론사들과 함께 (승진 관련) 합동심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우리만 합동심사에서 배제하느냐는 입장이었다”며 ‘실무 접촉 과정에서 있었던 조선일보의 반발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은정 기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만나 “CBS 등 보도가 나온 후 경찰청 내부에서 수차례 내부 회의 과정에서 민 청장과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고, 조선일보 측과도 상의했다고 한다”며 “공동주최자인 조선일보 측과 계속 상의하면서 조선일보 관계자가 강하게 항의했다는 부분에서 조선일보의 눈치를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경찰에 강하게 항의해 입장을 관철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지적이 한때 경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강희락‧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조현오 전 청장은 지난해부터 MBC ‘PD수첩’ 등 언론 인터뷰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선일보 관련 재판 증인으로 참석해 2009년 경기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장자연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거센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 전 청장은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동한)이 나를 찾아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거냐’고 말하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강희락 전 청장도 이동한 부장이 직접 찾아왔다고 밝혔으며,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아울러 과거사위 심의 결과 최총 채택되진 않았지만 대검 진상조사단은 조사 보고서에서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을 받으면 경찰관이 1계급 특진하는 제도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BS는 “지난 2009년 조선일보로부터 청룡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경찰관이 장자연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인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사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가 “장자연 수사에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문서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은정 기자는 “장자연 사건 조사단도 청룡봉사상 폐지를 권고한 마당에 민 청장이 과거사위 발표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청룡봉사상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 출입기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경찰 내부에서도 이 상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많다. 오해 받을 바엔 없애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경찰 수장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내막이 궁금하다”고 의아해했다.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민갑룡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깊게 들여다보고 경찰뿐 아니라 모든 부처와 함께 개선방안을 고민해보겠다”면서도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관례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1계급 특진 등 언론사의 경찰 인사 관여 문제보다는 심사 공정성 개선에 방점을 두며 “여러 절차상 문제 된 청룡봉사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절차를 개선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국민들이 우려하는 영향을 받지 않는 개선 절차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기자는 “제도 개선도 제대로 안 됐다”고 꼬집었다. 조 기자는 “가장 문제는 그동안 조선일보 간부들이 최종 심사위원으로 들어가고 조선일보가 추천하는 전문위원들과 뽑는다는 것이었다”며 “이번엔 경찰에서 추천한 전문위원 두 명이 들어간 게 성과라는데, 문제가 된 조선일보 간부도 그대로 최종심사에 들어가는 경찰 특진자 선정 방식은 변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민 청장이 밝힌 제도 개선책은 언론사 간부의 경찰 심사와 인사 관여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게 조 기자의 평가다.

조 기자는 “실제 여러 유착 의혹 중 장자연 사건 관련해서 드러난 건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0년간 상이 유지돼 오면서 ‘충상’(忠賞·공안 분야)의 경우 ‘기록이 없다’는 게 경찰청 공식 답변”이라며 “특진자 인사 기록을 어떻게 기록에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상식적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 언론사가 수사기관의 인사에 직접 관여해 매년 5~6명을 특진시킨다는 데 경찰관들도 놀라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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