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LAB2050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사회전환의전략”#(해시태그)공론장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4월 13일 문제를 분석하고 정의하기 위한 오픈공론장을 앞두고 2030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한 시리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참가신청하기 : 한국사회전환의전략 #오픈 공론장
- 최민혁, 83년생, 37세, 남, 기혼, 자녀 2명, 중견기업 근무, 서울시 강서구 거주
나는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데…
와이프 입장에서는 우리 돈이 어머니한테 계속 들어가는 게 못마땅하겠지. 그런데 우리 엄마가 쇼핑을 하시면, 와이프는 그 꼴을 못 보는 거야. 엄마는 돈도 없는데 왜 사치를 부리냐고 잔소리 엄청 해. 내가 볼 땐 어머니의 쇼핑이 사치는 절대 아니야. 엄마가 무슨 모피를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계절 바뀌면 옷 한 두벌 사는 정도인데.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에게 들어가는 돈이 너무 아까운 가봐. 그래서 와이프한테 “너도 친정 엄마께 용돈 그냥 드려라. 양가에 똑같이 드리자.” 라고 했어. 근데 와이프는 “우리 엄마 아빠는 용돈 안 줘도 돼”라고 해. 그럴 돈 있으면 우리 돈 모으는 게 낫다고. 그럼 나는 뭔가 죄인이 된 것 같다? 나는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데, 와이프 눈치는 겁나 보이고. 와이프는 불만이 계속 쌓여가고…
그래서 올 여름부터는 그냥 비자금을 만들기 시작했어. 와이프 몰래 챙겨드려야 이 갈등이 안 생길까 싶더라고. 거짓말을 참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겠더라.
애기가 없을 때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너무 웃긴 거야. 나는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애기 보고, 주말에도 마찬가지야. 애는 거의 내가 보거든. 아내는 “주말엔 자기가 해!” 이래. 나는 그렇게 따지면 365일 일하는 거 아니냐? 하루 중에 출퇴근 시간 말고는 내 시간이 없어. 그런데 내가 경제권도 없으니 너무 억울한 거야. 그래서 1년 전에는 경제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했지. 최소한 돈이라도 내가 쥐고 있어야겠다 싶었거든. ‘아니, 내가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 가면 또 일하는데. 왜 나는 돈도 없냐!’ 라고 말은 못했지만, 그런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지. 근데 아내는 엄청 충격이었나봐.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이었나봐. 나는 항상 받아주기만 할 줄 알았나보지.
요즘 세상이 좋아지긴 했지. 육아도 부부 모두 같이 하고, 남자도 육아휴직도 할 수 있고. 물론 우리 회사는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사람이 1도 없지만. 이제는 남자가 돈을 벌어와도 대우 받는 시대도 아니야. 아버지 세대랑 좀 다르지. 게다가 내가 볼 때는 와이프가 셋째 애기야. 와이프도 내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거든. 내 몸이 바스러져요 아주.
사실 애기가 없을 때는 아내에 대한 불만도 딱히 없었어. 부부 둘이서 사는 게 평탄했지. 싸우지도 않았고. 부부만 둘이 있으면 배려와 여유가 있었는데, 애기가 나오는 순간부터는 여유가 싹 없어진 거야. 요즘엔 아내의 불만들이 조율이 잘 안돼. 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나. 내 몸만 축나는 것 같아. 애기가 없을 때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아내한테 베이비시터를 제안했지. 베이비시터가 있으면 서로 여유가 생길 테고 안 싸울 것 같아서. 그런데 아내가 가성비를 엄청 따지거든. 단번에 거절하더라. 돈이 아깝다고. 베이비시터가 몇 시간 일 해봤자 집안일 딱히 할 일도 없고 그 돈이 너무 아깝다는 거야. 결국 우리 부부의 싸움은 끝날 수 없게 됐어. 식기세척기도 사고 건조기도 샀으면 좋겠는데. 아내는 그 모든 걸 사치라고 생각하고 못 사게 해.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결혼한지 9년이 됐는데도 전세 살이거든. 그 마음 이해는 해. 대출도 아직도 까마득히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베이비시터는 엄청난 사치인데 그래도 나는 이렇게 감정 소모, 육체 소모되느니 좀 투자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거든.
그런 차원에서 베이비시터 가격이라도 좀 내렸으면 좋겠어. 정부차원에서 베이비시터 지원 정책은 있는데, 맞벌이 기준이 있어. 외벌이는 안돼. 정부 차원에서 보육료 지급하는 거 말고 어린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이나 인프라를 좀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부부들에게 여유가 너무 없어요. 생각보다 결혼생활에 우울한 부부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