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시간제, 불안정에 불안정을 더하다
탄력근로시간제, 불안정에 불안정을 더하다
[일하는 당신곁에]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노무사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시간제 대상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한 뒤 이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돼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탄력근로시간제를 포함해 노동시간제도에 평소 필자가 가졌던 고민을 풀어보고자 한다.

몇 시간 일하고, 얼마 받을지는 근로계약에서 근간을 이루는 내용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일해도 1일 24시간, 주 7일을 넘는 건 불가하고, 인간 존엄성을 고려하면 적정 노동시간을 일하고 적정한 임금을 받는 문제는 노동법에서 가장 핵심일 수밖에 없다. 1886년 메이데이 때 노동자들 요구가 8시간 노동이었고, 1919년 ILO 1호 협약이 하루 8시간 노동임을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말은 실상, 자신의 시간을 사용자에게 판다는 뜻이고, 그 결과 시간에 대한 주권이 노동자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있다는 말이다. 노동법은 이를 종속성이라고 부르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구분하는 핵심 지표로 본다.

▲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자 임금을 계산하고 시간외수당을 청구하면서 법정노동시간을 훨씬 넘어 1일 12~13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많이 만났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법적 기준은 현실에서 무의미한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법적 기준을 초과하는 시간에 수당을 받는 식으로 끝냈다. 법정노동시간은 50% 할증되는 시간외수당을 받는 기준으로만 존재했다. 꽤 오래 노무사 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했다고 처벌받는 사용자를 본 적이 없다. 노동시간은 곧 “돈”으로 환산돼 민사상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노동자도, 사용자도, 노무사도 그리고 근로감독관도 이견은 없었다.

100년도 더 된 주장,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일생활 균형 같은 존엄성을 구성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에 진지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근로기준법도 최대 주68시간, 탄력근로제에선 주80시간까지 가능했다. 이렇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 휴일근로가 시간외근로에 포함돼 최대한도가 주52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이 규제를 뚫을 방편으로 탄력근로시간제가 도입 22년만에 핫 해졌다. 탄력근로시간제는 1997년 노동법 개정 때 정리해고제, 파견노동과 함께 도입됐다. 탄력근로제는 유연근로시간제 중 하나인데, 여기에는 선택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몇가지가 더 있다. 이 제도들은 하루 8시간, 주40시간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취지지만 각 제도들 목적은 같다고 보기 어렵다.

선택근로시간제는 출퇴근시간을 노동자가 선택하고, 간주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는 외근이나 연구업무 등에서 사용자가 노동시간 통제를 하지 않고 노동자가 자율로 관리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이들 제도는 노동시간에 대한 종속성을 완화하고 노동자 자율을 확대한 제도인 반면, 탄력근로시간제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사용자 이익만 전적으로 반영한 제도다.

그러나 이 모든 유연근로시간제는 의미있게 활용되지 않았다. 복잡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유연근로시간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 52시간제에서 사용자들 생각은 달라진 것 같다. 주52시간제가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대응하는 걸 보니 중요한 방편이 된 것 같다.

탄력근로시간제, 불안정에 불안정을 더하다

그러나 의문이 든다. 지난 22년간 유명무실했던 탄력근로제가 6개월이든, 1년이든 확대된다 해서 특별한 변화가 있을까? 중소 사업장은 계절적 수요가 있다 해도 관리능력이 부족해 여전히 시간외근로를 선호할 것 같고, 노조 있는 대기업은 일방적 불이익은 피할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없거나, 유연한 고용환경에 놓인 노동자에게 노동시간까지 유연해진다면 그들은 얼마나 더 불안정한 상황에 빠질까? 수개월 기간제 노동

▲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
▲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
자에게, 파견노동자에게, 사내하청노동자에게 적용되었을 때 그들의 처지가 더 나빠질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탄력근로시간제는 비정규직에게 적용해서는 안된다. 주 52시간 제한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처럼 탄력근로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적용하고 그 결과를 보고 확대를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좀 천천히, 두루두루 살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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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3-31 11:08:37
탄력근로제 폐지, 최저임금 만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구나 돈을 원하고, 집을 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가. 당신이 자본을 추구하면서, 재벌을 미워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재벌에서게 자본을 빼앗고 싶은가? 하지만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자본의 체급이 다르다. 자본의 체급이 다른데, 서로 토의하는 장이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은가. 경노사위 자체가 큰 성과다. 누가 돈 없는 사람을 상대하나. 우리는 체급의 차이를 인정하고, 참여해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다음 최저 시급 정할 때도 양대 노총은 불참할 건가? 노동자는 약하다. 그러나 수가 많다. 그러니 양쪽 합의가 가능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