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업보도’와 관련, 이제 편파보도를 넘어 아예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언론이 ‘통제’하려는 경향까지 보인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또 데스크나 편집국 고위간부들의 편집방향에 대해서도 예전과는 달리 젊은 소장기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언론이 파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주된 근거는 불법성이었다. 파업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허용되며 법을 어겨가면 시민의 불편을 끼치는 파업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파업보도의 경우엔 불법성에 대한 비난보다는 ‘가뭄인데 웬 파업이냐’라는 주장에 무게가 더 실렸다.

이같은 주장이 발전하면 ‘파업은 언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논리와 맥이 닿는다. 이에 대해 한 일간지 중견기자는 “가뭄이라 파업을 못한다는 얘기는 결국 무조건 파업은 안 된다는 말”이라며 “가뭄 때문에 못한다면 나중엔 홍수가 나서, 경제가 나빠서, 또 경제가 좋으면 좋은 대로, 국가적인 도약기인데, 코앞에 월드컵이 닥쳤는데 하는 이유들이 나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같이 예전과는 반대의 근거가 확연히 달라진 데 대해 이제는 언론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에 대해서 논리도 없고 법마저 무시한 채 일방적인 금지를 선포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 나아가 언론권력이 지나치게 국가운영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국가가 법에 의해 판단하고 집행해야 하는 고유영역에 대해 언론이 과도한 간섭을 하고 있다는 것. 한 기자는 이에 대해 “법에 의거해야할 가치판단을 해당 언론사가 논조에 근거해서 판단해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가 온 원인에 대해서는 노동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부족이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인데 이를 앞장서 지켜주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오랫동안 이를 외면해온 결과 타성이 굳어져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파업보도에서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선의 젊은 기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전엔 젊은 기자들과 데스크가 기사방향을 놓고 크고 작은 충돌을 벌이는 게 예사였지만 이번 파업보도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리 큰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언론사 차장급 기자는 “파업보도와 관련 밑에서는 큰 문제제기가 없었다. 오히려 젊은 시절 많이 싸웠던 중간급 기자들이 이번에도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의 이같은 성향변화는 기자가 점차 월급쟁이로 인식이 바뀌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안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문화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있다. 또 언론노조 MBC본부의 민실위보고서 25호는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조직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좁은 시야’ 등을 이유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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