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백남기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동아일보는 ‘폭력시위’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3당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해임건의안의 적절성은 논쟁거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여러 신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을 “야당의 갑질”로 규정하며 “갑질을 한 두번만 더 하면 내년 대선은 정부가 아니라 야당 심판대가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백남기 농민, 끝내 사과 듣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농민 백남기씨가 25일 오후 2시께 사망했다.  

백남기씨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 저항했고,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농민운동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의 쌀값인상 공약 미이행에 반발하며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청문회와 언론보도를 통해 물대포가 안전지침을 위반해 얼굴을 겨냥하고, 일선 경찰들이 관련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사고와 사고 이후 이어진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며 백남기씨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1년간 박근혜 정부는 책임자 처벌은커녕 공식사과 한마디도 없었다”면서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명백한 국가폭력의 결과”라며 “공권력 남용은 물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까지도 추궁할만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숨지기 전부터 경찰병력을 서울대병원에 배치하고, 부검을 추진했다.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경찰이 부검을 빙자해 지병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부검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26일 오전 현재 경찰이 백씨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신청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0개월간 진압 책임자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던 검찰이 이제 와서 백씨의 사망원인을 가리겠다며 부검 운운하는 것은 망자를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역시 “이런 비인간적인 정부를 과연 정부라고 부를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백남기 농민 사망 앞에서 ‘폭력시위 탓’하는 동아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가폭력의 문제 대신 백남기 농민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시위’에서 원인을 찾았다. 동아일보는 “쇠파이프와 횃불이 난무했던 당시 시위”라며 “백씨의 희생을 끝으로 폭력시위와 강경진압의 악순환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백남기씨의 사망을 가리켜 경찰의 책임소재를 외면하는 '안타깝게 희생됐다‘는 표현을 썼다. 앞서 25일 새누리당 역시 논평에서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혀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부의 책임, 부검 문제 등에 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간결한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사안을 다뤘다.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씨 317일 만에 숨져”(중앙일보) “백남기씨 317만에 숨져... 경찰 대책위 5000명 대치”(조선일보) 등으로 “국가폭력이 앗아간 생명평화의 일꾼”(한겨레) “사과 한마디 못 듣고 떠나... 정부, 책임도 처벌도 끝내 외면”(경향신문)과 대조적이다.

조선일보, “야3당 갑질, 선거 패배로 돌아올 것”

강대강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의원들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야3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판하며 국정감사를 비롯한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야3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표면적인 이유는 김재수 장관의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특혜 △전세거주 관련 황제전세의혹 △친모의 차상위계층 등록 등 공직자의 도덕의식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지 못하게 처신한 점 등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없고 대부분 해소된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관 재임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청문회 때 불거진 문제들을 갖고 해임을 요구하는 게 이례적인 일인 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해임건의안은 김재수 장관에 대한 문제제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김 장관 개인 탓이 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누적될 불만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경향은 해임건의안 통과 배경으로 1. 인사청문회 때 자신을 흙수저라고 지칭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꽤씸죄 2. 대통령 독주 불만 3. 최순실 게이트 모르쇠에 대한 반발을 꼽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실력행사를 한 야당에 경고를 보냈다. 조선일보는 “해임안 자체가 거야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해임안 철회조건으로 내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에 대해 “정치흥정을 한다는 것은 갑질일 뿐”이라며 “야권이 이번과 같은 갑질을 한두번만 더 하면 내년 대선은 정부가 아니라 야당 심판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13년전 김두관 사태 땐 한나라가 힘자랑... 이듬해 총선 참패”기사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강행처리한 것과 이번 일이 판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이듬해 펼쳐질 선거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한나라당은 이듬해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켰지만 결국 17대 총선에서 여당(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내주고 패배했다”고 썼다. 다수당의 실력행사가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해임건의안의 적설성 여부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묵살은 도를 넘은 것이라는 게 여러 신문의 공통된 견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회에서 가결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묵살한 헌정사상 첫 대통령”이라며 “오기와 고집만이 번뜩인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해임건의안에 아무리 하자가 많더라도 국회를 통과한 이상 대통령은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김재수 장관이 사퇴를 통해 정국경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수, 이번엔 회삿돈으로 교회기부 의혹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공사 명의로 김 장관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 기부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2년 98만7000원, 2013년 99만9000원, 2014년 100만원, 2015년 100만원, 2016년 각각 135만원과 54만원 등 총 587만6000원을 김 장관이 다니는 교회에 기부했다. 이 같은 회삿돈 기부는 2011년 10월 김 장관이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듬해부터, 2016년 8월 퇴임하기 직전까지 이뤄져 김 장관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김한정 의원은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삿돈으로 자신이 장로로 있는 특정 교회에 기부를 한 것은 배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26일 나란히 발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위를 기록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사무총장이 27.4%로 선두를 기록했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2%), 박원순 서울시장(4.4%)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32.7%),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7.3%),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1%), 박원순 서울시장(4.2%)순으로 대동소이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열세인 층에 확장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반기문 사무총장 대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 3자대결 구도에서는 반 총장을 지지했던 응답자의 32.9%만 같은 당 후보로 나선 김무성 의원 지지를 유지했다. 중앙일보가 지지율 조사와 함께 실시한 호감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20대 56.4%, 30대 51.9%, 40대 60.1% 등 젊은 세대에서 높은 호감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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