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이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KBS의 이정현 녹취록 보도 은폐와 ‘신 보도지침’ 행태 및 ‘보복인사’를 선정했다. 

민언련은 23일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선정 배경에 대해 “지난 7월은 공영방송 KBS가 정권에 장악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잔인한 7월’이었다. 7월 한 달에만 KBS 경영진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인사가 4건이나 불거졌다”며 “해야 할 보도는 은폐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보도를 내놓고 ‘신 보도지침’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린 뒤, 비판하거나 불응하면 ‘보복 인사’를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7월 KBS의 나쁜 보도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 대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개입마저 은폐한 KBS의 보도와 KBS ‘신 보도지침’ 파문이 불거진 후 나온 지난달 22일 뉴스9 “‘보도지침‧공안몰이’…‘언론자유 침해’” 보도를 꼽았다. 

지난달 22일 KBS ‘뉴스9’ 리포트 갈무리.
KBS는 김 전 국장의 폭로로 이정현 녹취록 사태가 터진 후에도 뉴스9에서 국회 여야 공방으로 1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KBS의 침묵 행태를 비판한 보도본부 정연욱 기자는 제주로 전출됐다. 

정 기자는 지난달 13일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침묵에 휩싸인 KBS… 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저널리즘의 상식에 입각한 문제제기조차 정치적인 진영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현실.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지금 KBS 보도국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 최초로 경계선을 그은 기자들”이라며 “그들의 침묵을 묵인하고 있는 모든 기자들이 공범이다. 침묵은 침묵을 먹고 자라 마침내 KBS를 집어삼켰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KBS 전국기자협회는 지난달 20일 KBS 본사 간부가 대구총국의 반발에도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과 관련한 리포트 제작을 지역국에 지시하고 이를 관철했다고 폭로했다.

본사의 ‘보도지침’에 참다못한 박준형 대구총국 취재부장은 후배들에게 왜곡 보도를 맡길 수 없다며 19일 리포트에 직접 나섰다. 19일자 문화일보의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확인’ 기사가 나간 뒤 본사로부터 이를 리포트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박 부장은 “이들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며 본사의 지시에 반발했다. 

그러자 KBS 사측이 꺼내 든 카드는 ‘특별감사’였다. KBS 사측은 26일부터 노준철 전국기자협회장을 시작으로 특별 감사에 들어갔고 여기에는 박준형 취재부장도 포함됐다. 

KBS ‘뉴스9’은 지난달 19일 5번째 꼭지로 “경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참가 확인’”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KBS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부당한 보도 지침으로 공안몰이를 시도했다”고 비판하자, KBS는 22일 뉴스9 리포트에서 “더민주가 공안몰이니 보도지침이니 운운하고, 언론사 간부들을 국회로 불러내겠다고까지 말하는 건 공영방송에 대한 간섭이고,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며 KBS 보도본부의 입장을 전했다.

민언련은 “‘보도지침’ 파문의 원인이 된 연이은 보복 인사와 전국기자협회 특별감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보도지침을 비판한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오히려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라며 윽박지르는 이 보도는 KBS 경영진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저녁종합뉴스를 이용해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7월에만 이정현 녹취록과 사드 배치, KBS가 30억 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한 4건의 ‘신 보도지침’ 사건이 있었다며 “이 사건들에는 △군부독재 시절과 같은 직접적, 물리적 겁박이 없는데도 KBS가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내용만 보도하려 한다는 사실 △부당한 보도를 거부한 기자들에게는 하나같이 ‘보복인사’가 가해졌다는 사실 △KBS가 자행한 ‘보도지침’ 및 ‘보복인사’는 모두 방송법에 의거한 ‘방송 편성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KBS 방송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제5조 4항)’,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제6조 3항)’라고 명시해 기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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