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대구방송총국 반발에도 ‘성주 시위 외부세력 개입’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KBS가 지역 기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KBS 서울 본사를 제외한 지역총국 취재 기자들의 단체인 KBS 전국기자협회(협회장 노준철)는 지난 20일 사드 배치 리포트와 관련해 본사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성명을 통해 폭로했다. KBS는 26일 오전 노 협회장을 불러 3시간여 동안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KBS 보도본부는 25일 오후 “정상적인 취재, 제작 과정을 ‘보도지침’ ‘윗선의 지시’ 등으로 왜곡하고 마치 사실인양 외부에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사규에 따라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며 “특히 정치권과 긴밀히 연계해 내부 정보를 옮기며 KBS에 적대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일은 KBS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해사 행위다. 철저한 사실 조사를 바탕으로 사규에 따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BS 전국기자협회가 20일 폭로했던 내용은 “‘성주에 통진당 출신 등 20~30명’ 폭력집회 외부세력 개입 첫 확인”이라는 제목의 19일자 문화일보 기사가 나간 뒤 이를 KBS 리포트로 만들라는 본사의 지시를 대구방송총국이 받았다는 것이다.

전국기자협회에 따르면, 대구총국 데스크 박준형 부장은 “이들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며 “만약 쓴다면 ‘종북몰이를 중단하라’는 성주 주민들의 반론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고 이런 리포트를 후배들에게 지시할 수 없으니 본인이 리포트 제작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이에 대해 본사의 오아무개 KBS 네트워크 부장은 “리포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S의 색깔이 있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 KBS ‘뉴스9’은 지난 19일 5번째 꼭지로 “경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참가 확인’”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사진=KBS)
KBS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의 개입까지 합리화한 것”이라며 “결국 그 ‘윗선’의 의도대로, 최초 작성된 리포트는 4차례나 수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관련 리포트는 19일 “경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참가 확인’”이라는 제목으로 박 부장이 보도했다. 

성명이 나오자 오 부장은 20일 오후 “KBS뉴스는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수사 진행상황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의 내용을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해왔는데도 아무 근거도 없이 ‘공안몰이, 종북몰이’ 등의 문구로 KBS뉴스를 자학하며 동료기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KBS도 이날 “해당 기사는 연합뉴스에 보도된 이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기사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의해 채택된 것이지 이른바 ‘윗선’의 지시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KBS 전국기자협회는 성명 가운데 ‘보도지침’ 등 일부 표현을 이유로 성명을 자진 철회했으나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KBS 전국기자협회 성명에 따르면 (KBS 윗선이) 부당한 보도 지침으로 공안몰이를 시도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KBS사장,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정치부장 등이 국회에서 해명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사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사드 관련 보도가 맘에 들지 않아서 별 트집을 다 잡는 모양새”라며 “언론사 편집권을 간섭이나 지시로 혼동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보도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6일 성명을 내어 이번 특별감사가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KBS 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 보도국장과 취재부장 그리고 전국기자협회 대구 지회장도 감사 대상에 올랐다”며 “감사를 수단으로 회사의 부당한 취재·제작 지시를 은폐하고 취재·제작 실무자인 대구 기자들의 당연하고 정당한 반발을 힘으로 누르려는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26일 “정상적인 취재·제작과정을 ‘보도지침’, ‘윗선의 지시’ 등으로 왜곡한 최근 전국기자협회의 성명으로 KBS가 외부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공정성과 정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KBS 뉴스의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어떻게 사실관계가 왜곡됐는지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전국기자협회 성명에 나오는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감사를 요청한 것이다. 보도본부 네트워크 부장도 감사 대상에 포함돼 이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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