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이 사드 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정부‧여당 편향 보도를 쏟아낸다는 비판에도 일부 공영방송 이사들이 극우‧보수단체로 구성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에서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바른사회시민연대,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애국단체총협의회, 자유총연맹, 종북좌익척결단,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보수단체 77곳은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배치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는 철저히 침묵하며 북한의 주장을 대변해 오던 좌파단체들이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에는 광란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당신들이 평양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나 종북단체가 아니라면 사드배치 반대운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 집행위원장은 조영환 종북좌익척결단 대표로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등 19명의 인사는 단체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 보수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지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단체 관련 명단을 보면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들의 경우 대거 집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KBS 강규형·조우석·차기환 이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권혁철 이사, EBS 조형곤 이사 등이다.

뉴라이트 학자인 김광동 방문진 이사는 집행위원 명단에는 없으나 본인이 단체장으로 있는 ‘나라정책연구원’은 참여단체로 올라와 있다.

김 이사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 사무처 아무개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었고 사드배치에 찬성하느냐고 묻고 단체 이름을 써도 되냐고 해서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출신인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사드배치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름을 올려도 되겠냐’는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누가 제안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KBS 이사가 아니라 교수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이사도 누가 단체 모임을 주최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강 이사는 ‘사드 배치 지지 활동이 KBS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소수 이사(야당 추천 이사)들도 개인 자격으로 여러 성명에 동참하지 않느냐”며 “KBS나 보도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이름이 집행위원으로 기재돼 있는 것과 관련해 방문진 이인철 이사는 “제가 참여하는 단체가 이것저것 많아서 일단 확인 한 번 해봐야 한다”면서도 “방문진 이사로서 대외적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제가 왜 확인을 다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이사는 지난해 8월 보수 성향 변호사 모임인 ‘행복한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직함을 달고 방문진 이사에 선임됐다.

차기환 KBS 이사의 경우 보수진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대표적 인사이며 조우석 이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커넥션 의혹에 휩싸인 극우 성향의 단체 어버이연합을 두둔하는 칼럼을 쓰는 등 우편향 글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권혁철 방문진 이사는 김광동 이사와 함께 보수·우익 성향의 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소속 임원으로 지난 2010년 ’친북인명사전’ 편찬사업을 펼쳤다. 

이들이 1차로 발표한 명단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변호사)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을 비롯해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등 야당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포함돼 논란이었다. 

EBS 이사인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대표도 EBS를 ‘편향’ ‘선동방송’으로 규정한 인물로 이사 임명 당시 적격성 시비가 일었다.

▲ 문화일보 7월28일자 의견광고.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는 지난달 28일 문화일보 의견광고를 통해 “대형 국책사업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거짓 선동으로 나라를 흔들어 온 세력들에게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원하거나 침묵해온 자들이 사드배치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며 주장을 이어갔다.

이 단체 집행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조영환 종북좌익척결단 대표는 16일 미디어오늘 취재를 거부했다.

대표적으로 KBS 내에서 ‘사드 보도’ 논란으로 KBS 기자‧해설위원들이 특별감사를 받는 등 보도 실무자와 책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과 맞물려 공영방송 이사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사들의 사적인 활동과 공적인 활동을 명확하게 차단할 수 있는 지배구조라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현재 공영방송 이사들은 비정상적으로 보도에 개입했다가 물의를 빚은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사직을 차지하고 나서 방송·보도에까지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 투영되는 현 상황에서 이사들의 단체 활동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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