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결이 야들야들한데” (SBS 여자 유도 해설에서 첫 출전한 몽골 선수에게)

“지금 결혼을 하면서 이렇게 기량이 상승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남편의 사랑의 힘인가요?”(KBS 수영 여자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세계 기록보다 1.28초 빠르게 100m를 통과한 카틴카 호수주 헝가리 선수를 두고)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 해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여성 선수에 대한 각 방송사 중계진들의 성차별적 발언이 난무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7일부터 리우올림픽 중계 해설진들의 성차별적 발언을 모은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https://goo.gl/5ucFqc)이 한 익명의 이용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당 아카이브 주소를 타고 들어가면 누구나 올림픽 경기 해설 중 나오는 성차별적 발언을 기록하고 수정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 현재까지 KBS와 SBS 등에서는 경기 중계 도중 여성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근거한 발언을 쏟아내고있다.

아카이브에 따르면 지난 8일 KBS1 여자 펜싱 사브르 32강 경기에서 중계 도중 김지연 선수에게 ‘미녀 검객’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SBS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서 중계진은 1위를 한 13세 네팔 선수에게 “박수 받을만 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고 발언했다.

지난 6일에는 SBS 여자 유도 –48kg급 경기 중계 중에는 베트남 반 응옥 투 선수에 “스물 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경기 SBS 중계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외모를 평가했다.

▲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러시아와 결승에서 장혜진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 연합뉴스
외부 해설 위원 뿐만아니라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KBS 최승돈 아나운서는 지난 6일 여자 펜싱 에페 8강 경기 해설 도중 “무슨 미인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계속해서 미소를 띄우고 있다”며 “피아노도 잘 치고 펜싱도 잘하고 서양의 양갓집 규수의 조건을 갖춘 것 같은 선수”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같은 날 열린 KBS 여자 펜싱 에페 경기에서도 최승돈 아나운서는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걸 보니 인상적”이라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KBS 한상헌 아나운서도 지난 7일 비치발리볼 여자예선 B조 1경기에서 소갯말로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라고 발언했으며 이어 "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 한다, 남자와 함께면 삼겹살밖에 더 먹냐"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여자 유도 –48kg 경기에서도 한 아나운서는 여성 아나운서에게 몸무게가 48kg를 넘는지 질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비단 리우 올림픽 경기 중계뿐만아니라 남성 위주의 스포츠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여성 선수에 대해서는 ‘소녀’, ‘미녀’, ‘요정’ 등의 여성성을 부각한 특정 수식어를 붙이고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빈번했던 스포츠 중계의 특성이 이번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 아카이브에는 KBS가 지난 6일 여자배구 한일전 경기 중계에서 한 여자 배구선수에 대해 중계진이 언급하자 “사귀었냐”며 경기 내용과 무관한 선수의 사생활과 연애로 화제를 이어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합뉴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실력으로 평가받는 남성 선수에 비해 여성 선수들은 실력보다는 외모와 나이를 더 중점적으로 평가받는다. 이신바예바 선수는 ‘미녀새’이며 여성 유소년 축구 선수에 대해서도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소녀’라는 평가를 붙이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실제 사례들이 이후에도 해설 중계에서의 성차별 발언을 자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자료를 만든 익명의 이용자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중계 중 해설진들의 성차별적 발언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각 방송사에 공식 항의해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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