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수도권과 영남권 표심의 향방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동남권 신공항 유치 등으로 홍역을 겪어 친박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역시 지난 총선 당시 친박의 공천 개입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선거인단(일반 당원) 투표는 대구·경북 지역이 투표율을 견인했지만 전국 투표율은 20%에 그쳤다. 남은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수도권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8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전국 시군구 252개 투표소에서 일반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돼 20.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경북이 31.6%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새누리당에 따르면 각 시도별 투표율은 경북에 이어 충남 25.5%, 강원 21.6%, 대구와 전남 각각 20.7%, 경남 20.6% 순이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전과 달리 당대표 대구·경북 지역의 선거인단 수가 많은 시단위의 투표율이 예년만 못하다며 ‘조용한 전대’임을 실감하게 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2012년 황우여 대표, 이혜훈-정우택 최고위원이 경합했던 선거 투표율은 16.3%, 2014년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이 출마한 선거 총투표율은 31.8%였다”며 9일 대의원 투표율을 반영한 최종 투표율이 23%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예년만 못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새누리당 소속 경북도의회 A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도시적 성격을 띤 경북 구미·안동·김천 등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 당내 문제에 대해 책임 당원들이 실망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은 계파를 고려한 사람일 텐데도 불구하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A 의원은 “대구경북이나 경남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당 대표 주자로 주호영-이정현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소속 B의원은 대구경북 지역 현안인 사드 배치와 동남권 신공항 및 대구공항-군공항 이전 등 이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역민이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곧 친박에 대한 반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B의원은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중요한 때라 계파가 어디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을 추스르고 동서화합을 시킬 수 있는 것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주호영 후보(오른쪽)가 지난 5일 단일후보로 결정된 후 정병국 후보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구 한 구의회 소속 C의원은 “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지역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면서도 “영남권에서는 지역 연고로 하면 주호영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대신 이 C의원은 “총선 책임은 100% 친박에 있지만 친박인 이정현 후보에 대한 선호도 무시할 수 없다”며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C의원은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면 총선을 거치면서 드러난 모든 문제점을 백퍼센트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수도권의 표심이 이번 당대표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공천 파동의 피해를 직접 맞아 친박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주호영 후보는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대구경북 지역 투표율이 높은 것에 대해 “총선 이후 친박 의원이 꽤 많아진 점은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민심이나 당원들 생각은 친박은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며 “친박 오더가 내려가도 거의 먹히지 않는걸 느끼고 있다. 대구경북 투표율이 높은 것은 제 지지표가 많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정현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일반 당원 선거 표심을 묻는 질문에 “국민과 당원들이 선택한 것 그대로니까 그 점에 대해서 뭐라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정현 후보는 이날 주호영 후보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조찬 회동에 대해서 “오세훈 전 시장은 대권을 꿈꾸고 있는 당내 유력인사"라며 "신중을 기해야하는데 너무 실망스럽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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