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비대위 결정을 뒤집고 또 한 번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입장 변화를 꿰하고 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당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해 “6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추후 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최근 비대위 회의 내용과 관련해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있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의원총회에서 그 내용을 보고하고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는 지난 6월14일 당 지도체제 개편안을 단일 지도체제로 변경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권성동 사무총장은 14일 “전당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과 5등을 한 사람이 똑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많다. 당 대표에게 좀 새로운 리더십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인 당 운영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개편안을 마련했다”며 당 지도체제를 기존 집단 지도체제에서 단일 지도체제로 개편하도록 했다.

▲ 김희옥(오른쪽)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단일 지도체제라는 것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러 당 대표의 대표성과 의결권을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다만 권 사무총장은 당시에도 의총에 보고한 후 의결을 다음 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결정은 비대위원 다수의 뜻이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제1사무부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도체제를 현행 집단지도체제에서 당 대표의 권한이 현재보다 강화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는 안을 채택한 것도 혁신비대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이후 모임 등을 통해 ‘집단 지도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산물’이라며 집단 지도체제 고수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의총에서 비대위 결정인 단일 지도체제 변화를 변경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치면서 친박계 의견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친박계 입장을 대변한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됐다. 앞서 유승민 의원 등 탈당 7인의 복당이 결정되자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사퇴 카드를 검토하면서 칩거에 들어갔다. 당시 비대위 전체 표결을 통해 결정된 문제를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거부한 것이다.

회의에서 복당 문제를 밀어붙였던 것은 비박계인 당시 권성동 사무총장이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권 총장이 (당시) 탈당자 복당 승인 의결 전날까지 시급하게 처리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비대위가 복당 승인을 의결하도록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며 “입으로는 거짓말을 하며 뒤로 당내 의견 수렴이 안 된 복당 문제를 관철시켜 당내 분열과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던 상태였다. 결국 친박계는 권성동 전 사무총장 사퇴로 입장을 모았고 김희옥 비대위원장도 ‘견해 차’라는 이유로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받아냈다.

연이은 김희옥 사무총장의 ‘친박계 대변’에 새누리당 당내 계파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박계는 지난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당시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일부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용태 의원도 지난 27일 “혁신비대위가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안(단일 지도체제)을 정당한 사유 없이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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